자기논리, 보편·객관화 할 수 있어야
세살배기 아기도 논술을 한다. '엄마 너무 더워, 물 좀 줘' 등 아기의 말 속에 이미 주장과 근거가 포함돼 있다. 반면 유명한 대학 교수라도 논술에 쩔쩔 매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쉽고도 어려운 논술을 어떡하면 잘할 수 있을까. 이번 주 '학부모교실'에선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이상태(사진) 교수에게 그 방법을 알아봤다.
이 교수는 "지식의 결과를 암기하지 말고 직접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면 누구나 훌륭한 논술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남의 생각을 훔치는 행위, 암기, 개인의 감정에만 충실한 논리는 논술능력을 마비시키는 독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기'는 논술의 적=이 교수는 훌륭한 논술을 쓰기 위해서는 암기식 공부방법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많이 알려진 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암기하는 것은 '거름 지고 장'에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직접 이들의 주장 속에 들어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적 근거가 어떠한지 직접 따져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용법' 사용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용법은 서양 중세나 조선시대에 힘을 떨친 수사법일 뿐입니다. 기존 논리에서 벗어나야 대상을 바로 볼 수 있고 자신만의 생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논술을 해체하라=이 교수는 논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논술을 넷으로 해체하고 이들을 구조화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주제나 제재에 해당하는 특정대상, 그에 대한 사고 능력, 사고 전개를 오류 없이 합리적으로 끌어가는 데 필요한 논리능력, 이 모든 것을 이끄는 문체학적 능력 등 4부분으로 나눠 각 부분의 능력을 순차적으로 키워가라"고 충고했다. 다만, "실제 논술을 쓸 때는 이들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넷 모두가 통합을 이뤄 발현된다"고 했다.
▷오감을 통해 배워라=논술의 대상을 정할 때는 한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대상 없는 사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상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잡아낼수록 생각이 더 튼튼하게 진전되므로 관찰하고 대상에 더 다가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특히 생각하기의 숨은 원동력은 오감을 통해 여러 사물을 익히고 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사고의 대상인 만큼 하나하나가 논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사고의 대상을 정할 때는 구분이 없어야 하고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거의 모든 과목을 가르치면서 논술 교육도 함께 시켜야 한다. 사회나 역사, 과학 등 모든 과목이 논술 연습의 대상이다"고 했다.
▷객관화 작업=그는 논리를 자신의 생각을 바르게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논리적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며, 자신이 편 논리를 객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논술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상과 편견, 선입견과 감정적 요소를 버리고 보편화·객관화시킬 때만 자신의 논리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는 "논리란 보편적 사고의 길인 만큼 자신의 창조적, 직관적 인식 구성물도 논리를 담아야 모두가 이해하고 수용하는 구성물이 된다. 따라서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태도는 좋은 논술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맞춤법과 문단 구분, 적절한 비유와 사례 등 작문실력인 문체학적 능력 또한 논술을 완성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