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님을 위해 생명 바치는 건 행운"
"순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언제 천주님을 위해 생명을 바칠 수 있겠는가?"
1865년 10월 지금의 문경시 산양면 평지리에 살다가 일가족과 함께 포졸들에게 끌려 상주 감옥으로 압송됐던 서유형(바오로)은 한 차례 감옥을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물리치고 1년쯤 후인 1866년 겨울 순교했다. 형수였던 박 루치아도 함께 순교의 길을 걸었다.
그로부터 143년이 흐른 12일 상주시 이안면 나한리 논둑 무덤에서 순교자 서유형의 흔적이 발굴돼 문경시 마성면 상내리 한실에 새롭게 모셔졌다.
천주교안동교구가 설정 4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100여년의 기나긴 박해시대에 순교해 갔던 순교자들의 무덤을 찾아 성지로 재개발, 재정비하고 이를 성역화해 후손들의 신앙적 귀감으로 삼기 위한 '순교자 현양 성지개발 사업'이 150여년 세월을 거슬러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날 순교자 서유형의 묘지 발굴에는 안동교구 사무처장 남정홍 신부, 사목국장 안상기 신부, 사목국 차장 김진조 신부, 향토사학자 조희열 상주 청리초교 교장 등 교구 성지개발위원을 비롯해 서병찬(미카엘) 등 순교자 후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발굴된 서유형의 유해는 도자기로 만든 함에 담겨져 문경 한실에 새로 조성된 무덤에 안장됐다.
순교자 서유형은 경상도 지방의 첫 신자였던 서광수의 친척으로 평지리 일대에서 신앙생활을 실천해오다 1865년 이웃 문경 동로면 명전리에서 일어났던 박해시대에 부인 성재추 막달레나, 7세 된 딸과 아들 순보(3세), 하인, 형수 박 루치아 등과 함께 체포돼 상주진영으로 압송됐다. 가족들은 풀려나고 이듬해에 순교해 누군가에 의해 묻혔던 것으로 전해져왔다. 순교자 현양사업을 추진해오던 안동교구는 '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과 이웃, 후손 등의 증언을 통해 무덤을 찾아낸 것.
이에 앞서 교구 설정 40주년이었던 지난 5월 29일 봉화군 우곡성지에서 '농은 홍유한 후손 순교자 현양비' 축복식이 거행됐었다. 이날 행사는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 두봉 주교와 사제단,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신자들, 풍산 홍씨 일가 등이 참석해 풍산 홍씨 순교자 13위 가묘 이장, 순교자 현양비 축복식 등으로 이뤄졌다.
우곡성지는 한국교회 최초의 수덕자로 알려진 홍유한 선생의 묘소가 있는 계곡에 조성된 성지로 이날 이곳 가묘에 이장된 순교자 13위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5명,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6명,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2명의 순교자다.
남정홍 신부는 "여러 증언과 기록들로 순교자의 무덤을 찾게 됐다. 순교자 현양 사업을 통해 후손들이 신앙적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문경·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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