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어볼 만한 불교 서적들
불서(佛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는 공부이자 불국토를 향한 발걸음이다. 매년 불교와 관련해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책을 통해 불법과 스님, 절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수행, 마음가짐, 절에 관한 책들 중에서 흥미롭고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모았다.
◆꽃은 피고 물은 흐르네/성철 스님 외 92인 지음/휴먼앤북스
93인의 큰스님들의 열반송에 성타 스님이 해설을 붙였다. 큰스님들의 열반송은 속박과 번뇌, 아집 속에서 살아온 일생을 더듬고 마지막 입멸의 순간에 던지는 '깨달음의 노래'이자 대중들에게 남기는 스님들의 마지막 법문이다.
성철 스님은 '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죄업은 하늘에 넘치고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은 만 갈래나 되고/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네'라고 노래했다.
기홍 스님은 '허깨비로 살아온 지 구십 년/ 뒤돌아보니 우습네/ 오늘 아침 이것들을 모두 다 털고 나니/ 대천세계 한 줄기 빛이네'라고 노래했다.
20여년 큰스님들의 열반송을 모았고, 여기에 감상과 해설을 곁들인 성타 스님은 "열반송에는 장대한 우주적 법이 서려 있기에 어설픈 감상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며 자신의 해설을 경계하고 있다.
◆삶은 苦가 아니다/대행 스님 지음/여시아문
법문집 '삶은 苦가 아니다'는 한마음 선원 대행 스님의 설법을 쉽고 명쾌하게 풀고 있다. 스님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다가도 문득 폭포처럼 설법을 쏟아낸다. 스님은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는 말을 할 때 언제나 진실만을 이야기합니다.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합니다. 말로써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내게 말하게 합니다. 한 번 입을 열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온 우주가 압니다. 그러니 말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대로 법이 되어야 합니다."
스님은 시종 마음 공부를 강조한다. 마음 공부는 기쁨과 행복의 길이자 고(苦)가 무너지고 번뇌가 녹는 공부라는 말이다. 우리 마음에 때가 묻어 있기 때문에 닦는 게 아니라 '나'라는 생각, 즉 아상, 아만, 아집을 버리라는 말씀이다.
◆사람이 부처님이다/무비 스님/불광출판사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의 법화경 이야기다. 무비 스님이 불법에 귀의한 이래 수십년 세월 동안 '진정한 불법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었다. 그렇게 물으며 수십년간 동서고금 성현들의 가르침과 수많은 경전, 선어록, 율문, 당대 지식인들의 선지식 사이를 헤맸다. 그렇게 걸어온 발걸음은 결국은 출발하기 이전의 나로 돌아왔다. '사람이 부처님이다'(人佛思想)는 말씀에 닿은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불법인가?'라는 큰 문제가 나에게서 출발하여 수십년을 천하에 횡행하다가 결국은 출발하기 이전의 나에게서 그 귀착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님은 시종일관 '사람이 곧 부처님'임을 강조한다.
"실로 모든 사람들은 삼독번뇌와 시기질투와 병고액난이 있더라도 지금 그대로 부처님입니다. 이렇게 보고, 이렇게 듣는 그 사람이 곧 부처님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부처님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받들어 섬기면 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고 세상이 모두 행복합니다."
◆잊혀진 가람탐험/장지현/여시아문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이 산하 곳곳에 향화가 끊어지고 세월의 비바람에 씻겨 내려간 역사가 있다. 바로 폐사지다. 사람이 떠나 마른 우물에는 풀이 자라고 절터는 무너져 흙먼지가 날린다. 지은이 장지현은 "이 땅에는 3천여개가 넘는 폐사지가 있고,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곳만 100곳이 넘는다고 말한다. 우리 산하 도처에 수없이 널려 있는 절터는 불교의 역사이자 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기다리는 이 없는 우리의 절터를 찾아다니며 짙은 침향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폐사지야말로 한국 불교의 침향이요, 불교라는 이름으로 응축된 이 땅 역사의 침향이다. 폐사지 찾기는 침향 찾기요, 침향 찾기는 중심이 흐른 세상을 건너는 새로운 뗏목 찾기다"라고 강조한다.
◆사찰기행/조용헌 지음/이가서
"도인은 평상시에는 평범하게 지내다가 입적할 때에야 비로소 불가사의한 신통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과연 한암 선사는 그냥 가시지 않고 무언가를 보여주고 가셨다." 한암 스님의 좌탈입망에 대한 지은이의 말이다. 좌탈입망이 어떻게 가능한가. 지은이는 좌탈입망의 인체생리학적 근거를 찾지 못하다가 합천 해인사에서 한 권의 고서(古書)를 발견했다.
'옛날 산 속에 숨어서 공부하던 스님과 도인들이 보던 비서(秘書)'라는 '규중지남'(規中指南)이 그것이다. '양기가 가득 차면 색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고(情滿不思色), 기가 가득 차면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고(氣滿不思食), 정신기운이 충만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神滿不思睡).'
지은이는 '정신기운이 충만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대목에 주목하면서 좌탈입망의 인체생리학적 근거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책은 불교 사상과 종교적 영험, 풍수, 지령(地靈) 등 사찰 깊숙한 내면에 담긴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1'2/원택 스님 지음/김영사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1, 2'는 20여년간 성철 스님을 가까이서 시봉했던 상좌 원택 스님의 회고록이다. 이 책은 엄격한 줄로만 알고 있는 불교 서적에 대한 느낌을 바꾸어 놓은 책이다. 은사와 상좌 간의 소소한 일상부터 인연담 수행담이 흥미롭게 소개돼 있어 산중 생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눈물 찔끔 나는 성철 스님의 호통에서부터 우스개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철 스님이 양말을 깁고 있을 때 원택 스님이 나일론 양말을 권했다. 성철 스님은 "니는 우째 하는 말마다 내 귀를 짜증나게 하노. 이놈아! 나이롱 양말이 질긴 줄 몰라서 안 신는 줄 아나? 중이라면 기워 입고 살 줄 알아야제. 너거나 질긴 양말 신어라"고 호통쳤다. 스님의 말투는 우습지만 그 이야기는 엄중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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