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서 중3 학생들이 명문대학교나 의대, 법대 등 좋은 학과에 잘 들어갈 수 있는 고등학교, 외고나 특목고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봤다.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서 부모가 원하는 학교나 학과에 들어가야 요즘 효자요, 효녀라고들 한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고 많은 부모들이 보내고 싶어하는 학과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을 한 번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의전원에 들어오려면 4년제 일반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데 그냥 4년 졸업하고 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 의전원 자격시험을 위해 대학 다닐 동안 적어도 1년 동안 휴학하고 고등학교 재수학원처럼 의전원 준비학원을 거쳐서 온다. 즉 대학 5학년이 되어야 의전원 지원이 가능하고 이 대학생활도 남들처럼 낭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과목 A학점을 받기 위해서 고교 생활처럼 긴장을 잠시도 늦추지 않아야 하며, 학생 못지않게 부모들도 고등학교 수험생 뒷바라지하듯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운 좋게 한 번에 의전원에 합격한다면 빨라야 25, 26세. 여기에 낙제 없이 의학전문대학원 4년을 통과하면 거의 30세가 되어야 졸업을 하는데 4년 동안 등록금이 만만치가 않다. 1년에 적게 잡아서 학비만 1천200만원(국립대 기준), 생활비, 책값 등 1천500만원(대구 기준)을 추가하면 약 3천만원이라는 거금을 4년 동안 투자해야 한다.
자식 공부만을 위해서 일반대학 4년, 학원 1년, 의전원 4년 등 총 9년 동안 학자금과 생활비를 대야 하는데 보통 가정으로서는 큰 돈이고 오랜 기간이다. 그렇다고 졸업시켰다고 다가 아니다.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치면 30대 중반, 남자는 군대 2년을 추가하면 거의 40대가 되어서야 의사초보 딱지를 떼고 전문의가 되어 개업하거나 병원에 취직해서 비로소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가 있다. 즉 자식을 낳고 장장 40년이 지나서야 늙은 자식을 내 품에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의전원을 졸업하면 30세쯤 되는데 부모 입장에선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그러나 인턴, 레지던트 시기는 월급이 적기 때문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기에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월급쟁이 시절이다. 만약 배우자가 직장을 가지고 있어 수입원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손자 우유값까지 걱정해야 할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되면 자식이 의전원에 들어갔다고 마냥 기뻐할 일인지 한 번쯤 고심해봐야 되지 않을까?
김성국 경북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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