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정식' 450년만의 귀환

입력 2009-09-09 16:24:19

안동발전협, 향토음식 브랜드 품평회 열어

'안동 향토음식 브랜드 개발 품평회'가 7일 안동 태사묘에서 열려 향토음식의 상품화 가능성이 평가됐다.

"달래 된장·쑥국·참죽 장아찌·씀바귀 무침·시래기 콩가루국·연근 졸임 등 퇴계 선생의 검소한 음식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 맛보세요"

1555년(명종 10년) 홍문관 교리(校理)·대사성·부제학·공조참판의 벼슬을 제수 받았으나 이를 모두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도산서원을 짓고 청빈과 검소의 생활을 누렸던 퇴계 이황이 즐기던 음식이 450여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다.

안동시발전협의회(회장 김성진 시의원)는 현대인 입맛에 맞도록 향토음식을 메뉴화하고 이를 안동지역이 갖고 있는 고택문화와 접목한 관광 먹을거리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문화를가꾸는사람들(이사장 권두현)과 함께 '안동 향토음식 브랜드 세트 메뉴 개발사업'과 '고택 이용객을 위한 도시락 개발사업'에 나섰다.

퇴계 선생은 평소 '3가지 이상의 반찬을 내놓지 말라'고 할 정도로 검소한 식습관을 지켰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비록 볼품 없는 상차림에서도 건강식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패스트푸드와 서양식 음식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들 사이에서 퇴계 선생과 조상들이 즐기던 전통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데 초점을 맞춘 것.

7일 안동 태사묘에서 가진 '안동 향토음식 브랜드 개발 품평회'에는 그동안 개발해 온 '퇴계정식'과 '양반정식', '사찰음식', '도시락'. '주안상' 등 5가지 브랜드 향토음식이 선보였다. 특히 이날 선보인 향토음식들은 맛과 품격, 가치 등 상품으로서 가능성이 평가됐다.

안동시발전협의회는 그동안 ▷안동 관광산업에서 안동 이미지에 맞는 식품 개발 ▷고증을 통한 현대적 복원·계승 등 지역 특색을 살린 향토음식 재현 및 개발 추진 ▷유교와 불교 음식의 특색을 담아 안동 이미지에 걸맞는 먹을거리 제공 ▷도시락 개발로 고택 관광객들의 식사문제 해결 필요성에 따라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날 품평회에는 그동안 두 차례의 세미나와 음식 개발자 선정에 따른 결과물인 '세트메뉴 음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맛과 가치 평가를 통해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음식의 종류와 가격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가 됐다.

전통음식 전문가인 권영숙(안동시발전협회 주민분과위원장)씨가 개발한 '퇴계정식'에는 지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로 맛깔스럽게 차린 음식들이 선보였다. 계절마다 다른 메뉴와 안동식혜, 국화차, 호박떡 안동지역 특산품으로 후식이 곁들여 진다. 가격은 1만원. 권씨는 또 1만5천원, 2만원, 3만원짜리 '양반정식'과 맑은 술, 탁주로 차려진 4가지 '주안상'도 내놓았다.

김인자(자연그대로 산야초 대표)씨는 1만원~3만원의 3가지 '사찰음식'을 개발해 내놓았다. 김현구씨는 쇠고기 주먹밥으로 구성된 '어린이 도시락'과 기능성, 보양강장식 두 종류의 1만원짜리 '어른 도시락'을 선보였다.

이날 선보인 음식들은 대부분 안동지역의 역사적 전통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청정 식재료, 안동지역 특산물, 가까운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산채와 야생초 등으로 조리됐다.

김성진 안동시발전협의회장은 "안동지역은 고택을 비롯해 무수한 관광자원이 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문화는 부족했다"며 "퇴계와 안동 브랜드를 활용한 향토음식 세트메뉴화 사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관광 소득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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