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공 대구 진출 1년…R&D조언등 차원다른 서비스

입력 2009-09-08 09:20:32

업체마다 "이제껏 우린 까막눈"

남들은 불황이라지만 식품포장기계, 한약 및 각종 식품 포장지를 생산·판매하는 대구 성서산업단지 소재 (주)덕산은 올 봄 이후에만 식품포장기계를 200대 넘게 팔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대다수 중소업체가 그러하듯 이 회사도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넉넉지 않아 새 기계 제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박봉규)이 성서산업단지에 설립한 성서클러스터추진단을 알게 되면서 달라졌다. 기계 개발비 3천700만원을 지원받았고 덕분에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던 기계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선박엔진과 설비, 풍력발전기 부품을 만드는 성서1차산업단지의 (주)태복기계. 이 회사 역시 직원이 30여명에 불과해 R&D(연구개발) 인력을 가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올 하반기 부설 연구소를 설치해 R&D에 도전한다. 성서클러스터추진단의 도움을 빌어서다. 김태덕 대표는 "성서산업단지에 들어온 지 11년 됐지만 입주기업으로서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최근 산단공 서비스를 알고 R&D 조언을 들은 뒤 대구 기업들은 정말 '까막눈'으로 살았구나 싶었다"고 했다.

전국 각지가 공장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시대. 대구의 각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에 대한 대구시의 서비스가 과연 몇 점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대구 제조업체 CEO들 사이에 생기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단공이 지난해 처음 대구에 진출하면서부터다. 산단공은 달성2차산업단지 위탁 관리를 맡게 됐고, 이어 성서공단에도 성서클러스터추진단 간판을 내걸고 입주 기업에 대한 서비스에 나섰다. 성서산업단지의 경우 대구시의 위임을 받아 관리하고 있는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과 성서클러스터추진단이 기업 서비스 경쟁에 들어간 셈이다.

성서클러스터추진단은 지난해 9월 비슷한 업종의 기업을 모아 '미니 클러스터'란 이름의 기업 모임을 4개 만들었다. 기업군별로 CEO 정기 모임을 주선하는 것은 물론, 시제품 개발, 시험분석, 교육훈련, 공동마케팅 등을 도왔다. 모임에 참여한 200여곳 기업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이오헬스캐어 미니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는 (주)덕산 양갑석 이사는 "단순 친목 모임이 아니라 매출을 직접적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참여 기업들이 입을 딱 벌리고 있다"고 했다.

부산시는 7곳의 지방산업단지 가운데 이미 2년 전 5곳의 관리권을 산단공에 넘긴 데 이어 2곳의 관리권도 곧 넘길 방침이다. 부산시 신영찬 산업입지과장은 "기업들에 대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에 관리권을 주는 것이 맞다. 관리권 이양을 통해 기업들에게는 더 좋은 서비스를, 지방정부에게는 관리 비용으로 들어가는 수십억원의 재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대구시는 "업체 사정을 잘 아는 곳에서 관리를 맡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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