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세제 개편 유감

입력 2009-09-08 07:06:53

최근 들어 때아닌 세금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바 그 연유를 살펴보면 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 위기를 다스리는 차원에서 엄청난 재정 투여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고, 경제가 위축되면 세수 또한 줄어드니 그에 따른 재정 적자는 논리적 귀결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여러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지나친 감세를 단행한데다 이 감세 조치가 마치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공언한 데서 사단이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무릇 세금을 줄여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은 없는 게 저간의 사정이긴 하지만, 지난정부의 종부세 부과 등을 에워싸고 세금 폭탄 운운하며 갖은 공세를 퍼부으면서 정권이 바뀌면 세금을 깎을 것이라고 하였으니, 어쩌면 감세는 공약 실천으로 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종부세, 법인세, 상속세 등 주된 감세의 수혜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류의 감세는 '보은의 감세'로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더구나 감세 규모가 엄청나서 재정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니 가벼운 사안이 결코 아니다. KDI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감세규모가 무려 98조9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니 그 규모를 미루어 알 수 있다.

이제 재정운용에 위험신호가 들어오고 있으니 이를 어떤 식으로든 메워야 하나 대안이 그리 신통치 않다. 애초엔 담배세, 주세를 국민건강 차원(?)에서 올려 볼까 했으나 여론이 좋지 않아 유보된 상태이고, 그 다음엔 가전제품 등에 개별 소비세를 추가하고 전세보증금 등에도 세금을 매길까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경상도 속설에 '문둥이 코에 마늘 빼먹는다'는 말이 자꾸 생각나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더구나 이렇게 하더라도 그 액수가 대단치 않으니 서민들의 심기만 건드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른바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퍼붓는다고 하는데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가? 모르긴 해도 SOC, 고용, 복지, 주거 같은 서민용 예산이 전용될 게 뻔하고 이런저런 부담은 결국 우리 후손들이 떠맡아야 할 게 아닌가. 이 때문에 입시니, 영어니, 취업이니 등으로 찌들대로 찌든 우리 후세대들에겐 너무 과한 징벌이 아닐까.

그저 바라는 것은 가끔 냉수를 들이켜며 냉정을 되찾기를 기원하면서, 포퓰리즘을 쫓아내려다 또 다른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바른 자세와 건전한 상식이 경제운용의 요체이자 최선의 방책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김한규(계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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