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면 "언제 어디서든 돋보이기 마련이죠"
아등바등 살아온 인생이란다. 비공채로, 그것도 정부 핵심 부처에 들어가 주요 보직을 거치며 27년간이나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선임된 주용식(57) 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이 그 주인공. 비공채 출신이 보직 국장까지 맡았다는 것은 부처 내에서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주 회장은 "1982년 사무관 특채로 재무부에 들어갔을 때, 주위 동료들이 일류 대학과 일류 고교 출신인 데다 행정고시 성적에서도 선두권이었다는 것을 알고 저절로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고 버텨나갈 수 있을지 겁도 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다른 부처에 지원했으면 고생을 덜했을 것 아니냐고 했더니 "주위에서 공무원을 하려면 핵심부처인 재무부로 가는 게 좋다고 해서 겁없이 뛰어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육사 출신이었으나 사무관 특채를 통해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국고국'경제협력국'예산실'기획관리실'정책홍보관리실 등에서 근무했으며 국제금융과 대외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공직 생활의 버팀목은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빛이 나지 않는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국민들을 위해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일해왔다"며 "이런 점이 상사들에게 좋게 보였는지 고비 때마다 저를 발탁해 줬다"고 했다. 부처 내에서 영어는 물론 불어까지 능통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했고 파견근무도 했던 덕이다.
업무 능력뿐 아니라 리더십과 친화력 등도 남달랐던 것 같다. 부처에서 사무관 이하 직원들이 매년 투표로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3년 연속 선정됐을 정도다.
군생활을 하다가 공직으로 뛰어든 계기가 궁금했다. 1976년 육사를 졸업한 후 전방 소대장과 ROTC 교관 등으로 6년여 근무하다가 갑자기 진로를 바꿨던 것이다. 그는 "군인보다는 행정가적인 자질이 더 강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육사에 입학한 것은 대학 진로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경북고 3학년 때, 학교로 찾아온 육사 측의 입학 설명회를 듣고 군인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영남대에서 ROTC 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대학원(경영학)에 진학, 지역 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교분을 쌓게 되면서 "사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공직으로 들어서는 데 영향을 미쳤단다. 같은 대구 출신인 부인을 이때 만났다.
공직생활 중에는 해외투자과에서 근무했던 1990년대 초반, 중국과 투자보장협정 체결의 실무역을 맡아 한'중 수교의 토대를 마련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 몇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위해 파리에 파견되기도 했다.
주 회장은 저축은행중앙회와 관련,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전국 105개 저축은행의 업무상 어려움을 해결하고 영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다른 금융권과의 수평적인 경쟁을 위해서도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처럼 비과세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자율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지방정부에서 제출된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재정적'법률적'제도적인 뒷받침을 하는데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의 경우 도시 간 연합이나 광역연합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단위로 성장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격주로 하프 마라톤을 하는 등 꾸준히 운동을 해왔으며, 그 덕에 대학 졸업 이후 지금까지 한결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단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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