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중환자실 형광등

입력 2009-09-07 14:55:04

24시간 잠을 자지 않는다. 천장에 등을 매달고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어떤 때는 졸리기도 하고 등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 그렇지만 눈을 부릅뜨고 변함없이 아래를 지켜보고 있다. 잠깐이라도 조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눈은 흐릿흐릿하다. 몇 달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낮 동안에는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있는 창밖의 가로등들이 부럽다. 그러나 이것이 운명이라고 자인하며 스스로 달랜다. 중환자실 형광등이다.

환자의 혈압과 맥박, 체온, 심전도를 감시하는 장치는 바로 밑의 벽에 붙어 있다. 환자의 심장이 뛸 때마다 내는 박동소리는 한동안 이명처럼 괴롭혔다. 한 번씩 불규칙적으로 울려댈 때면 새가슴이 되기도 했다. 환자의 가슴에 쇳덩이를 얹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전기를 먹이는 모습도 보았다. 죽음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에는 초주검 상태가 되어 눈을 감고 깜박거리기도 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삶과 사(死)의 문을 열고 닫으며 들락거리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인공호흡기의 소리다. 환자의 호흡과 서로 맞지 않아 '삐삐'거리면 가슴을 죈다. 호흡기의 횟수를 수정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조금만 참으라고, 그러면 삶과 죽음이 한순간으로 그들이 구별되지 않는 때가 온다고, 혼자서 중얼거리고 혼자서 위안을 한다.

환자가 죽어 밖으로 떠나가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가족들과 같이 눈시울을 적신다. 죽음이 눈앞에까지 왔던 환자가 회복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환자 가족과 함께 웃는다. 그렇지만 안다. 그러한 슬픔도, 기쁨도 한순간이라는 것을. 내일이 되면,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면,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면 그러한 슬픔과 기쁨이 모두 사라지고 단지 평범한 일상이 된다는 것을.

우리들, 긴박한 생명을 다루는 과(科)의 의사나 간호사들은 어쩌면 중환자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광등인지도 모른다.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등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으며 삶과 죽음의 차이를 잃어가는, 참선하는 군상인지도 모른다.

어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뻑뻑한 두 눈을 비비며 세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우리들뿐이랴. 전방에서, 소방서에서 그리고 경찰서에서 감기는 눈을 들어 올리며 밤을 새우는 자들도 있을 것이며, 꼬물거리는 새끼들을 위해 온밤을 백열전등 불빛으로 밝히는 포장마차집 아주머니도 있을 것이며, 그리고 급하게 새벽 안개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택시 운전사도 있을 것이다.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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