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헛소문이 더 무서워"

입력 2009-09-04 09:36:47

"신종플루, 헛소문이 더 무서워"

속 앓는 완치 가족들

"석달간 얼굴 보면 안된다"

"환자는 모두 죽는 다더라"

다 낫고도 오해·편건 고통

학교·학원서도 실명 알려져

죄인처럼 따돌림 당하기도

"감염 신고 차라리 말 걸…"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이 죄인가요?"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감염자와 감염자 가족들이 주위의 편견 속에 고통받고 있다.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치료를 받고 완치된 초등학생 A(11)군의 어머니 B(40)씨는 지금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에 걸린 아들과 가족들을 둘러싼 소문이 급속도로 만들어졌고, 주변 사람들이 마치 해괴한 병을 퍼뜨리는 숙주처럼 대했기 때문이다. B씨는 "정말 무서운 건 병이 아니라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었다"고 했다.

A군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였다. 보건소에서 항바이러스제를 받아서 먹자 병세는 말끔히 사라졌다. 그래도 가족들은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건소의 요청대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개인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사업장에도 나가지 않았고, 음식물 쓰레기조차 버리지 못했다. 갑자기 집안에 '감금'되는 바람에 생필품이 부족해 이웃에게 대신 사달라고 전화로 부탁했다. 혹시 옮길까봐 이웃이 식료품을 집앞에 놓고 가면 비로소 문을 열고 물건을 들일 정도로 조심했다. 3일 뒤 확진 판정이 나왔을 때는 아무런 증세도 없었지만 6일 동안 입원해야 했다.

그 사이 주위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입원하기 위해 학교에 알리자 학교는 곧바로 휴교에 들어갔다. 개학 뒤 A군이 만나 악수한 친구들까지 모두 불러 검사를 하는 통에 학교는 물론 동네 곳곳에 실명이 거론되며 감염 사실이 알려졌다. A군이 다니는 학원에는 "A군이 학원에 오면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B씨는 "심지어 3개월 동안 얼굴도 보면 안 된다는 소문까지 퍼져 있었다"며 "이렇게 소문이 왜곡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신종플루에 걸렸다 최근 완치된 C(12)양의 어머니 D(43)씨도 한동안 주위의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C양은 지난 7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격리병원에서 5일간 생활했고, 가족들도 일주일간 집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불편하긴 했지만 D씨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딸의 증세가 감기보다 약했고 약을 먹자 증상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D씨는 "둘째 아이가 학원에 갔다 오더니 울먹이면서 언니가 죽는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던데 맞느냐고 물어 정말 당황했다"고 했다.

D씨는 "정확한 정보도 없이 마음대로 말을 만들어 퍼뜨리면 특히 아이들은 막연한 공포에 휩싸일 수 있으니 모두가 좀 더 신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지금까지 신종플루 검사를 받은 183명 가운데 확진 환자는 20명으로 전체의 10.9%다. 그러나 확진 환자 가운데 심각한 증상을 보인 경우는 없으며 신종플루 때문에 장기 입원한 환자도 없다.

경북대병원 김신우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에 걸린 게 아니냐며 찾아온 사람들을 진찰해보면 검사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면서 "평상시 건강에 문제없는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린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과도한 불안감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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