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패스트푸드로 끼니 해결 원인
정소희(가명·16·여)양은 키가 161㎝인데 몸무게는 67㎏이다. 표준체중보다 12㎏ 이상 더 나가 정양은 몸매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식습관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했다. 식당일을 하는 엄마가 저녁을 챙겨주지 못해 늘 라면이나 햄버거 등으로 때운다. 학원이나 캠프에 다니는 친구들과 달리 방학 동안 하루 종일 TV와 컴퓨터를 끼고 지내다 보니 이번 여름방학 때는 몸무게가 3㎏이나 불었다.
◆가난이 비만을 만든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비만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재단이 2007년 전국 845명의 빈곤아동(13세 이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율은 25.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전체 소아 비만율이 10.9%인 것과 비교하면 2.5배다. 특히 조사대상 빈곤 아동 중 고학년(18.5%)에 비해 저학년(43%)의 비만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는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지적됐다. 월 100만원 이하 소득 가정의 소아 비만율은 11.2%로 100만~300만원 소득 가구의 6.4~8.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
전문가들은 원인을 규칙적이지 못한 식생활과 나태한 생활태도 탓으로 풀이했다. 보호자 없이 어린이들만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라면이나 패스트푸드 등을 가까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누나와 함께 사는 이모(12)군의 경우도 방학 중 컵라면과 즉석 음식 등을 끼고 살았다. 이군은 "누나가 밥을 해 주긴 하지만 반찬이 별로 없어 라면이나 즉석카레 등으로 때우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어린이재단의 조사 결과 저소득층 아동 4명 중 1명이 하루 세 번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으로 학원에 다니거나 여가시간을 보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빈곤 가정 어린이들의 비만을 부추기고 있다. 어린이 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빈곤 아동들 중 가장 많은 여가활동으로 꼽은 것은 TV시청(19.7%)과 컴퓨터게임(16%)이었다.
◆비만문제 해결은 건강한 사회생활의 시작
대구 효성중학교는 여름방학 동안 저소득층 학생 1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피트니스 클럽 쿠폰을 제공하고 전담 교사와 함께 일주일에 세 번씩 운동하도록 한 것. 프로그램을 맡은 이모 교사는 "꼭 체중 감량 목적이 아니라 매사 귀찮아 하는 아이들에게 운동할 기회를 제공해 생활습관을 개선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동안 고작 12번에 불과한 운동이었지만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했다. 이 교사는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희열을 맛보고 일정한 시간을 운동에 투자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운동을 통해 자기조절을 하는 법에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들은 앞으로 공부와 행동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중의 경우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을 수 있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은 여전히 비용 부담에 운동 기회가 거의 없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부터 경도비만(표준체중에서 21~30%) 이상의 초등학생(기초생활수급대상자 우대)을 대상으로 매달 4만원을 지원해주는 '아동비만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90여개 참여 지자체 중 대구는 빠져 있어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3월부터 '스포츠 바우처' 제도를 신설, 기초수급가정 청소년들에게 운동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대구에서는 한 달 평균 370여명만 혜택을 받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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