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작동 신호등이 있다!

입력 2009-08-21 09:14:40

대구시내 164대 '버튼 누르면 파란불'

보행자 작동신호기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에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 서구 내당동 횡단보도에
보행자 작동신호기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에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 서구 내당동 횡단보도에 '보행자 작동버튼을 누르면 잠시후 신호가 바뀝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직장인 김모(42·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최근 서구 반고개네거리 인근 횡단보도 앞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평소 작동이 잘되던 신호등이 이날은 한참을 기다려도 초록색 불로 바뀌지 않았던 것. 김씨는 "오랫동안 기다려도 신호등 색깔이 빨간불에 멈춰 있어 무단으로 도로를 건너야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다음날 출근길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자 김씨는 신호등이 고장 났다고 생각하고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운전자 이모(55)씨도 얼마 전 신호등 때문에 구청을 찾았다. 항상 지나는 길에 마주쳤던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고 자동차 비상등처럼 황색불만 깜빡거리고 있어 신호등 고장 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매일같이 다니는 길 신호등이 밤만 되면 꺼지고 심하게 깜빡거려 불안해서 몇 번이나 구청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에너지 절감과 차량통행 원활을 위해 최근 들어 설치하고 있는 보행자 작동신호기와 야간 점멸신호등이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시민들에게는 고장 난 신호등으로 비치고 있다.

대구시는 이달 들어 수성구 만촌네거리 북편 등 대구시내 13곳에 1천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행자 작동신호기 26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2002년부터 설치하기 시작한 보행자 작동신호기는 현재 시내 82곳에 164대가 가동 중이다. 구청 한 관계자는 "보행자 작동신호기는 신호기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야만 녹색 신호등이 켜지는 신호등으로, 보행신호가 바뀌지 않아 시민들이 고장 난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며 "올해부터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많아지면서 '신호등이 켜지지 않아 길을 건널 수 없다'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민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북구 침산동 한국전력공사 대구사업본부 등 시내 404곳에 설치돼 있는 야간 점멸신호등도 단골 민원 대상이다. 오전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점멸등으로 바뀌는 이 신호등도 별도의 표시가 없어 운전자들이 고장 난 것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한 운전자는 "새벽에 운전하다 보면 시내에 깜박거리는 신호등이 너무 많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야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장 신고가 최근 부쩍 늘자 대구시는 신호등 알리기에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행자 작동신호기에 '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 보행신호로 바뀝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내걸었으며, 야간 점멸신호등에도 조만간 시민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식을 붙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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