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문화 속, 여성의 삶 이야기]-시리즈를 시작하며

입력 2009-08-13 14:17:16

묻어둔 사연으로 그려본 우리 어머니들의 초상

●훌륭한 어머니 아래서는 반드시 휼륭한 자식이 난다

훌륭한 어머니에게서는 훌륭한 사람이 났다. 신사임당의 율곡이 그러했고, 정부인 안동장씨 아래 갈암'밀암이 그러했다. 어머니는 그 자체로 바람직한 인간을 위한 양분이 되는 존재다. 이는 곧 여성이 억압받는 사회는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세계 어느 전통사회에서도 여성이 남성 만한 권리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회보다도 조선이 여성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 더욱 고심했다면 애초 성리학적 이상을 건설하기 위해 만든 조선의 건국이념을 보다 잘 실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점에서 여성들의 삶을 통해 그 사회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변화는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다

편하게 변해가는 시대에도 여성에게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어제나 애틋한 마음을 누구나 가지게 된다.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이 며느리일 때는 다들 시집살이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 지금 며느리에게 눈치 보며 생활하기 일쑤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가 변했다는 것이 이유다.

물론 사회변화가 꼭 여성에게만 가혹한 것은 아니다. 산업화 이후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독립적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위치는 상승하고 있다. 당당히 남성과 어깨를 맞대고 새로운 사회적 위치를 개척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변화가 여성에게 가혹하다는 말은 여전하다. 어려운 여건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기는 남성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이 더 사회적으로 건강한 위치에 올라가는 일이 필요할지 모른다.

●유교적 풍토에서 살아간 여성들,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앞으로 수 개월에 걸쳐 유교적 풍토에서 살아간 여성들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을까 한다. 근현대를 유교문화의 틀 속에서 고민하고 살아온 여성들의 희노애락을 추적하고 싶다. 정치적 격변기와 산업화, 서구화의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유교적 조건 위에서 고심한 여성들의 삶의 투쟁과 같은 역사, 특히 유교문화 사회의 가장 중심에 있었던 종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물론 유교문화 전통 속에서 여성으로 삶을 살아간 사람은 '종부' 만이 아니다. 유교적 이데올로기는 이미 한국 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여성으로 그 누구도 여기에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교문화적 전통이 견실하게 살아있는 문중 혹은 집안의 여성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이들에게 삶의 돋보기를 대는 것은 미래 우리사회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지향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주에 한 집안, 한 인물을 만나기로

여성들이 살았던 혹은 사는 이야기 듣기는 매주 1회씩 탐방형태로 진행된다. 안동'영주'영양'상주 등 경북 유교문화권 여성들의 삶을 살펴본다. 사는 이야기, 먹고 입고, 자는 이야기도 들어볼 것이다. 그 속에서 남성들이 하지 못하는, 알지 못하는 재미있고, 때로는 눈물나는 이야기가 들릴 것이라고 본다.

함께 했던 남편의 아픔은 더 아파했고, 아들에게는 기어이 디딤돌이 됐던 여성으로서의 삶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그려주고자 한다. 자신만의 맛을 내기 위해서 거칠게 풀과 나무 혹은 열매와 씨름하면서 양념을 만든 자존심있는 주방장으로서의 고집을 있다면 그 고집을 살리고자 한다. 마음속에 있는 내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을 지 모른다. 때로는 너무 섣부른 판단을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또 다른 일면의 그림자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에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사회생활의 홀수 페이지를 장식한 우리들의 아버지'할아버지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할머니의 이야기로 남은 짝수 이야기를 마저 하려고 한다.

이번 근현대 '유교문화 속 여성의 삶 이야기'는 매일신문과 (사)문화를가꾸는사람들이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경북도의 관심과 후원을 비롯해 안동대 민속학과 천혜숙 교수 등 많은 필진들이 참여하게 된다.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여성들의 삶의 진한 이야기들에 작은 기대를 부탁한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재)안동축제관광조직위 권두현 사무처장

(사)문화를가꾸는사람들 임종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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