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밥상 물가 '들썩들썩'…채소값 폭등에 삼겹살 값까지

입력 2009-08-07 09:45:23

7월 집중호우로 산지 출하량 줄어

오랜 장마로 서민들의 '밥상 물가'가 치솟고 있다.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상승하는데 그쳐 9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지표상의 수치일 뿐, 소비자 체감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삼겹살 굽는 재미마저 부담돼…

허모(34·여)씨는 최근 휴가를 맞아 아이들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계곡에서 삼겹살 파티라도 할 계획으로 마트에 들렀다. 삼겹살 1.2㎏(2근) 값은 2만5천원에 육박했고, 지난달 1천원을 조금 넘었던 상추 1봉은 2천원을 넘어 아예 '금추'가 돼 있었다. 허씨는 "휴가비를 아끼려고 절약할 겸 가까운 계곡에 발이나 담그려 했더니 이 비용 역시 만만찮다"며 "물가가 안정세라고 하더니 이게 무슨 '안정'이냐"며 한숨만 내쉬었다.

채소와 육류 등 식료품 값이 들썩이면서 뒤늦은 휴가를 떠나는 서민들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유난히 길고 많은 비를 뿌렸던 장마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어든데다 작황마저 좋지 않아 식료품 값이 대거 오르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상추 1봉(150g)의 값은 2천150원. 한 달 사이 82.2%나 비싸졌고 지난해 8월과 비교해서는 16%가랑 올랐다. 고추 1봉(150g) 역시 한 달 사이 64.8%가 올라 1천780원에 팔리고 있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81%가량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겹살 값도 만만찮다. 지난 4월 100g에 2천23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100g이 2천70원에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상추와 고추값은 지난해 8월에 비해 각각 47.6%, 40.8% 올랐고, 마늘도 11.2% 오른 시세를 보이고 있다.

◆가을 되면 괜찮아질까?

"8월 휴가철이 지나면 채소 수요가 줄어 가격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긴 장마에 여름이 실종되면서 쌀 작황부터 과일, 채소 등 모든 작물의 생산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부 김모(55)씨는 "며칠 전 배추를 사러 갔더니 한 통에 1천500원이나 하고, 고추값도 작년보다 2배는 비쌌다"며 "가을이 되고 추석이 다가오면 모든 제수용품 값이 들썩일 것이 뻔한데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고랭지 채소 재배지인 강원도에도 이상 저온 현상이 이어져 배추와 무값이 껑충껑충 뛰고 있다. 현재 배추 1통 가격은 1천580원. 한달 전에 비해 33.9%, 지난해 대비 43%나 올랐다.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무값도 1주일 만에 200원이 올라 현재는 1개당 1천200원에 팔리고 있다.

현재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과일값 역시 조만간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측의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여름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 포도 등이 비 피해로 당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비량이 급감해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조만간 추석 대목이 다가오는 데다 날씨 탓에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어 과일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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