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몰려드는 피서객의 안전을 책임지느라 하루에도 수십km씩 산을 오르내리고, 텅 빈 아파트를 지키는 이들이다.
"어떻게 오셨어요?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4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 남구 이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 박모(66)씨가 방문객을 불러세웠다. 본격 휴가철을 맞아 박씨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빠짐없이 살핀다. 휴가를 떠나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라도 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서성거리면 달려가 꼭 신분을 확인한다.
"많은 사람이 휴가를 떠나 아파트가 텅 비다 보니 더 바빠졌어요. 휴가를 가면서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데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잖아."
휴가가 절정에 이르면서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가 평소보다 몇 배는 늘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할 수 있는 새 아파트와 달리 오래됐거나 개별 경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아파트는 모든 안전이 경비원의 손에 달렸다.
밤에도 빈 집의 잠금상태를 확인하고, 인적이 끊긴 놀이터나 으슥한 곳엔 수시로 순찰을 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쫓아다니다 보면 근무복은 땀으로 범벅이 되기 일쑤다. 외부차량이나 잡상인 출입단속까지 하면 금세 파김치가 된다.
남구 한 아파트 정승암(68) 경비반장은 "요즘 아이들 방학까지 겹쳐 설·추석 명절 때처럼 매일매일이 비상근무 기간"이라며 "신분을 확인하려면 불평은 물론이고 욕설까지 듣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택배 물건 보관도 만만치 않다. 입주민이 집을 비운 4, 5일 정도 물품 수령이 밀리다 보면 좁은 경비실은 창고가 된다. 또 과일이나 채소 등과 같은 음식물은 상하기 쉬워 빨리 전달해야 하나 며칠씩 집을 비워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른 아파트 한 경비원은 "음식물 택배는 규정상 못 받게 돼있지만 주인이 없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냉장시설이 없어 오래 둘 경우 상할까 신경이 쓰여 집에 들고가서 보관하다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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