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1회용품…"환경이야 어찌됐건 편하잖아"

입력 2009-07-31 10:12:57

30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20여명의 손님 대부분이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은 포장용이지만 편리하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점 안에서도 쓰이고 있다. 대학생 이진영(22·여)씨는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가는 경우가 드물어 일부러 일회용 용기를 주문한다"고 했다.

인근 한 대형소매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30여분간 계산대를 지켰으나 장바구니를 준비한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대형소매점은 비닐봉투 한장에 50원을 받고 있었지만 손님 대부분은 비닐봉투를 요구했다. 이윤선(27·여)씨는 "장바구니는 귀찮아서 쓰지 않는데 비닐봉투는 이런저런 쓰임새가 많다"고 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정책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 방향과 엇나가고 있다. 일회용품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인데도 사용 규제를 잇달아 완화하면서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정부는 업체들과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이 없다.

정부는 소비자 불편과 업계 반발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잇달아 완화했다. 이달부터 숙박업소에서 칫솔이나 샴푸 등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대형소매점과 백화점 등에서 종이봉투나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3월에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실시하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도 폐지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완화 이후 종이컵이나 종이가방,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초부터 쇼핑백을 무상으로 주기 시작한 대구시내 모 백화점의 경우 쇼핑백 사용량은 6월 말 현재 55만6천장으로 유상으로 판매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3천장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환경부가 지난 5월 스타벅스 등 4개 업체의 일회용 컵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매장당 평균 사용량은 지난해 1/4분기 1만7천427개에서 올해는 같은 기간에 2만5천257개로 44.9%가 증가했다. 맥도날드의 경우 매장당 평균 5만7천315개에서 7만6천287개로 33.1% 늘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5월 스타벅스 등 17개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이 아닌 컵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포인트를 쌓아주기로 했다. 다른 업체 종이컵도 가져오면 받아주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자신의 컵을 가져오거나 종이컵을 모아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 달서구의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컵 보증금이 있을 때만 해도 20% 정도는 컵을 되가져왔지만 요즘은 거의 없다"고 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구태우 사무국장은 "기업들의 자발적 협약은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제대로 지켜지기 힘들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없다"며 "법적인 규제 수단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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