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저농약 농법 '다 먹는' 과일들
경상북도 이태암 농수산국장은 10년전부터 과채류를 껍질째 먹고 있다. 사과는 20~30분 정도 물에 담가놨다가 먹고 포도는 껍질째 갈아서 먹는다. 이 국장은 농약을 수확하기 직전에 치지 않거나 농약사용안전지침을 지키면 대부분 분해된다고 했다.
예전에 비해 농약도 약해졌다. 고독성·맹독성 농약도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과의 경우 저장을 오랫동안 하기 때문에 잔류농약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농약이 걱정된다면 물에 담가놓거나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먹으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국장이 껍질째 먹는 이유는 껍질에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깎아먹으면 되레 맛이 없다고 한다. '아삭아삭' 껍질을 씹는 맛이 일품이라는 것. 이 국장은 "과일을 먹는 것은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라면서 "껍질을 깎아서 먹는 것은 아까운 영양분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과 과채류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농약 때문에 껍질째 먹기를 꺼렸지만 요즘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사과를 비롯해 포도, 참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농가들의 친환경농법과 저농약농법 덕분이다. 농가들은 껍질을 버리는 것은 영양분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철 과일이 쏟아지는 여름철, 영양분의 보고인 껍질을 먹자.
◆껍질째 먹는 참외
지난 4월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성주과채류시험장은 '껍질째 먹는 참외'를 첫 출하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참외는 지난 2월부터 참외 과실에 특수봉지를 씌워 생산한 것이다. 껍질에 특수봉지를 씌웠기 때문에 농약 등 이물질이 묻지 않고 껍질이 얇아 씹히는 맛이 좋고 당도와 색깔이 뛰어나다.
이 참외는 일반 참외보다 3배 비싼 kg당 1만2천원에 판매됐다. 물에 씻어 그냥 먹어도 껍질 찌꺼기가 남아있지 않는 아삭아삭한 맛이 인기를 끈 것이다. 기존 참외는 껍질을 씹을 수는 있지만 찌꺼기는 뱉어내야 했다. 당도는 일반 참외보다 약간 높고 짙은 노란색이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 참외를 개발한 성주과채류시험장 신용습 박사는 "10년 전 일본에 갔을 때 한 일본인이 한개 10만엔이 넘는 멜론을 선물용으로 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언젠가는 멜론처럼 명품참외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참외 껍질에는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물질과 영양소가 들어 몸에 좋다"면서 "내년에는 생산량도 늘리고 일본에 수출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껍질째 먹는 포도
군위군 의흥면 파전리에 있는 '가나안 포도원'. 이 포도원은 '껍질째 먹는 포도'를 생산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농장주 백경천(50)씨는 군위군에서 유기농산물 인증 1호를 받은 농업인이다. 그는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자재만 사용해 유기농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95년부터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아무도 하지 않던 무농약·무비료로 농사를 지으니 온갖 병해충 때문에 수확할 수 있는 포도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애써 생산한 농산물도 인식부족으로 인해 일반 농산물보다 더 싼 가격에 팔아야 할 때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2003년 군위군에서 최초로 유기농 농산물 인증 1호 농가로 선정됐으며, 2005년 울진 친환경농업엑스포에 유기농 포도를 출품해 수상했다. 백씨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다보니 병충해와 수확감소를 피해갈 수 없지만 가족과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면 유기농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씨는 포도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껍질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물질로, 비타민E보다 5배나 효과가 크다. 포도를 껍질째 먹을 경우 이러한 기능성 성분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껍질째 먹는 사과
깨끗하고 새빨간 사과를 보면 옷에 쓱쓱 문질러 깨물어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은 농약 때문에 꼭 물에 씻은 후 깎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나 광고에서처럼 나무가지에 매달린 사과를 뚝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사과가 요즘 늘고 있다.
이달 20일 영주시 농업기술센터 과수시험장. 사과작목반인 '산울림' 농민들이 곧 수확을 앞둔 사과를 따서 옷에 문지른 뒤 먹고 있었다. 농민 이순희(42·여)씨는 "사과의 진정한 맛은 껍질째 먹는 것"이라면서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자꾸 먹다보면 적응이 된다"고 웃었다.
경북에서 사과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영주는 이미 2001년부터 '껍질째 먹는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당시 과수농들은 보통 1년에 15번 정도 농약을 치는 시기였다. 하지만 영주지역은 껍질째 먹는 사과단지 조성사업 협약을 맺고 친환경 농업과 농약안전사용기준에 따라 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농약은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가급적 적게 치는 등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것이다. '산울림' 사과 작목반 박선동(42)씨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사과)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농가가 살아남지 못한다"면서 "사과를 껍질째 먹으면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 우병용 계장은 "사과 관련 농약은 280종인데 이 중 고독성 농약은 10종에 불과하다"면서 "요즘엔 대부분 저독성 농약으로 바뀌는 추세인데다 농약사용안전기준만 지키면 껍질째 먹어도 안전하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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