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여성이 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애교스럽고 귀엽다. 그러나 경상도 사투리는 억양이 강하기 때문에 경상도 사람 3명만 모였다 하면 꼭 싸움난 것 같다. 거칠고 무뚝뚝한 말의 특징 때문이다. 사투리를 연구한 논문의 일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곳 사람들의 말투 중 가장 듣기 힘든 것은 거친 억양도 아니고 무뚝뚝함도 아니라고 한다. 정말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깔아뭉개고 시작하는 묘한 말 버릇 때문이란다. 상대방이 말을 하면 무조건 부정부터 한다. 심지어 상대방과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게 아니고'란 말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습관처럼.
지난 주말 자리를 함께 한 코미디언 전유성씨도 경상도 사람들의 이런 부정적인 화법을 지적했다. 후렴처럼 남의 말에 왜 '그게 아이고'라고 토를 다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귓등으로 흘릴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함을 추구하는 '컬러풀 도시' 대구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공부하러 간 경상도 사람들은 이 부정적인 화법 때문에 무척 고민스럽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문지르면서 시작하는 말버릇 때문이다. '당신의 말도 옳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기보다는 '당신은 무조건 틀렸다'로 시작한다. 이런 말투 때문에 경상도 사람이 입을 떼면 주변은 긴장감이 흐르고 분위기는 일순간 호전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작은 일상적인 생활의 대화도 예외가 아니란다.
화술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거나 상대방에게 무엇을 지적할 때는 적어도 시작 4초 동안은 듣기 좋은 말로 시작하라고 한다. 그만큼 상대방과 의견을 달리 할 때는 말이 조심스럽다. 그런데도 경상도 사람은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짜고짜로 '그게 아이고'로 말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무례하다. 상대방을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경상도 사람들의 말에는 장점도 많다. 어눌하거나 직선적인 말투는 진실함이 묻어난다. 경상도 사람이 '맛있다'고 하면 서울 사람들은 정말 맛있다고 믿는다. 거짓말이나 입에 발린 소리를 못하는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하거나 어울려 일을 할 땐 경상도 사람은 난처한 파트너다. 말의 습관 때문이다.
말이라는 것은 함께 쓰거나 같이 나눌땐 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정적인 대화법. 이것부터 달라져야 대구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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