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멘탈이다] 인지기능

입력 2009-07-13 07:00:00

신경과학이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인간의 정신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었다. 첫째, 심리적인 영역으로 기분, 생각, 성격, 불안, 우울, 망상, 히스테리, 의지, 성격 등이었다. 이것들은 뇌의 기능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둘째, 뇌가 담당하는 것으로서, 신경인지기능 혹은 그냥 인지기능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둘 다 뇌의 기능으로 생각한다.

인지기능은 주위 환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나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지각·주의력·학습·기억·지능·수리 능력·언어·문제 해결과 같은 여러 가지 지적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 개념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뇌와의 관련성을 이해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다행히 핵자기공명영상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마술 상자가 조금씩 속을 드러내고 있다.

인지기능을 이루는 각 요소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목조목 설명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몇 가지의 예로써 인지기능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시절 선배 한 분과 소백산을 등산한 적이 있었다. 2월 초였는데, 오후 어중간한 때에 시작한 등산이라 이내 날이 어둑해지고 잠자리를 걱정해야 할 형편인데 늦겨울 비가 질퍽거리고 계곡에는 얼음 녹는 물소리가 괴기스러웠다. 두 사람은 똑같이 산막을 발견하고는 반가이 쫓아갔는데, 커다란 바위였다. 이것이 착각으로서 소위 지각의 장애이다. 일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초기에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밥'이라는 말을 몰라서 '먹으면 배가 부르는 것' 혹은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언어 장애의 일종이다. 올리버 삭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나오는 음악대학 교수는 아내를 목소리로 알아 '들을 뿐', 눈으로 '보고는' 알지 못했다. 시력에 문제가 없었고, 아내의 얼굴 윤곽이나 이목구비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필자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어떤 부인은 엊그제 겪은 일은 물론이고, 한 시간 전의 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메모를 하지 않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지경이다. 그녀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으로는 인지기능에 대한 설명이 미진하다. 정확하고도 산뜻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는 것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시 말하건대, 인지기능은 우리가 영장류의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정신 기능이자 그 이상으로서 뇌의 활동이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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