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을 들여 자전거길과 산책로,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고 있는 대구 신천에 국지성 호우나 태풍 등 하루 수백mm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둔치 침수로 인한 시설물 피해는 물론 유수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시는 2011년까지 54억원을 투입해 신천 상동교~금호강 합류점까지 8.7km 구간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완경사 진입로, 징검다리 등을 만들기로 하고 6억2천만원을 들여 실시 설계에 착수했다. 또한 가창교~상동교와 희망교~대봉교 구간 4.2km에는 196억원을 들여 둔치를 줄이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고 콘크리트 보를 개량하는 등 하천재해 예방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수십억원을 들여 시설물을 조성한 게 헛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 제방의 경우 설계 기준이 80~100년 사이의 강우 빈도에 맞춰져 있고 상류지역 최대 강수량이 하루 320mm 미만일 때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역대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80㎜(1941년 7월 6일)이며, 일일 최고 강수량은 225.8㎜(1998년 9월 30일)로 수치상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당시 대구는 시간당 최고 41㎜, 하루 197㎜의 강수량을 기록했음에도 곳곳에 엄청난 피해가 났다. 만약 7일 부산에 쏟아진 호우처럼 시간당 강수량이 73㎜를 기록하고 평균 강수량이 308.5㎜에 이른다면 범람을 피할 수 없다. 시는 하천 설계 기준을 최대 200년으로 늘리면서 신천 제방을 높이고 하천변을 넓힐 계획을 세웠지만 양쪽으로 도로가 조성돼 있고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여의치 않다.
더구나 신천 둔치의 경우 하천 설계기준이 50년 빈도로 제방보다 짧은데다 하루 강수량 287mm 이상이면 모두 잠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둔치 개발 때 조경과 편의시설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수량과 유속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한건연 교수는 "신천의 경우 상류와 하류의 경사가 15m에 이르기 때문에 비가 조금만 와도 유량과 유속이 엄청나다"며 "조경과 편의 시설 위주로 신천을 개발하다 보면 시설물이 오히려 물의 흐름을 막거나 침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각종 시설물들은 유수 흐름을 막지 않기 위해 평면시설물 위주로 조성하고 수목도 일렬로 세우거나 관목류를 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예산 부담 때문에 무작정 설계 기준을 높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