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갤러리] 사르다나팔의 죽음

입력 2009-07-04 14:41:15

사랑과 비극의 극적대비…낭만주의 시대 연 명작

사르다나팔의 죽음

작가: 들라크루아(1798-1863)

제작연대: 1827~28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368×495cm

소재지: 루브르미술관(프랑스 파리)

나폴레옹 실각을 기점으로 신고전주의가 점차 차갑고 딱딱한 형식주의로 흐르자 이에 반발하여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사조가 탄생하게 된다. 낭만주의자들은 고대와 고전 대신에 중세와 고딕양식을 지향하고, 이념 대신에 작가의 감정표현에 주력했다. 뿐만 아니라 이상보다는 현실에 접근해 시사적인 문제나 역사적인 사건, 그리고 문학 등에서 얻은 소재를 이용해 서사적·서정적인 세계를 즐겨 그렸다.

이 그림은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가 들라크루아를 일약 유명인사로 만든 작품이자 신고전주의에 대한 낭만주의의 승리를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기원전 7세기, 끝없는 학정에 견디다 못해 반란을 일으킨 백성들이 궁에 침입하자 부하들에게 자신이 총애하던 애첩과 애마를 침실에 모아놓고 살해하도록 한 다음 그 자신도 죽음을 택한 아시리아의 폭군 사르다나팔루스의 비참한 최후를 그리고 있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 거대한 작품의 구성은 형식과 내용에서의 몇 가지의 단순한 대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화면을 보면 우선 주홍색과 녹색, 즉 근사보색(近似補色)을 이루는 두 주조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 색상대비는 붉은색의 고명도와 녹색의 저명도가 만들어내는 명암대비와 겹쳐 자연스럽게 대각선 구도를 만들면서 관객의 시선을 우측 하단에서부터 좌측 상단으로 유도한다. 시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우측 하단에는 칼에 찔리기 직전의 뒤틀리고 휘어진 여체와 그녀를 죽이려는 근육질의 병사를 위시하여,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인물들이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극도의 공포와 절망에 절규하는 관능적인 육체의 여인들은 지난날 자신이 총애했던 여인들의 죽음을 냉정하다고 할 정도로 차분하게 관조하는 왕과 함께 내용상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면서 이야기의 전개를 더욱 극적으로 몰고 간다.

고전주의의 대척점에 위치하는 양식의 대표작답게 이 그림에서는 바로크 미술의 영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역동적인 인물들의 데생과 화려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색채에서는 루벤스를, 그리고 화면 속의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전체로 통일시켜 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명암과 드라마틱한 연출 등에서는 카라밧지오를 연상하게 된다.

미술사에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에 대립하는 하나의 이즘(ism)임에는 분명하지만, 고전주의 양식이나 바로크 양식처럼, 다른 양식과 구분되는 명백하게 독자적인 양식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화에서 본질적인 것은 그리는 것, 곧 주제나 소재보다는 그리는 방법, 즉 주체적 방법 또는 주관적 표현에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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