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면 환하게 웃고 있는 어른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치아가 없다. 나는 그때마다 치아가 하나도 없어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나이는 얼마쯤 되어야 할까 생각해 본다.
최근에 치료를 받은 한 환자는 평소 잘 웃는 편이었는데 어느 날 치아가 부실해지면서부터 웃음을 잃어버려 속이 상하다고 했다. 그리고 보철물 치료 후 이제는 예전처럼 '스마일을 찾아 좋아요' 하며 환하게 웃고 가면서 '선생님들은 잘 웃지 않는 것 같아요. 웃으면 좋아요'하며 나에게도 좀 더 웃으며 치료할 것을 충고해 주었다. 별로 신나고 즐거운 일이 없어서 인지 요즈음은 예전보다 덜 웃고 사는 것 같다. 웃음이 건강에도 좋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웃지 않고 사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다보니 그 앞에서 웃는 것이 어색해 대신 무표정하게 있는 게 아닐까 한다.
한 번은 중학생이 수행평가과제라며 치과에 와서 사진도 찍고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요즈음 학교에서는 이런 것도 시키는구나' 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성실히 대답을 해주었다. 여러 질문 중에서 내가 대답을 하고도 '이건 아닌데···'하며 웃음이 나온 질문이 있었다. '치과의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안정적이지 않느냐'고 대답하려다 중학생 수준을 고려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보통 상반되는 질문을 한꺼번에 하지 않는데 갑자기 질문을 받으니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대답했다. 한참 나의 대답을 받아 적던 중학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대답해 놓고도 생각해 보니 웃기는 대답이었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는 것 같다.
가끔 환자들이 웃음을 주기도 하는데 한 번은 충치 치료를 받은 중학교 1학년쯤 되는 여학생에게 치료한 부위가 잘 맞는지 보려고 '짝짝짝 해 보세요'하니 가만히 있다. 그래서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다시 '(입을) 짝짝짝 해 봐'하니 머뭇머뭇거리며 '치료하다가 별 이상한 걸 시킨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두 손을 내밀어 박수를 짝, 짝, 짝, 세 번 치고는 '이렇게요'한다. 나는 너무 웃기고 황당해 '아니, 입을 짝짝짝 해야지'하고 직접 시범을 보여 주었다. 아마 입을 아래 위로 다물었다가 벌려 교합이 잘 맞는지 보라는 의미를 박수를 치라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 여학생은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나는 덕분에 그날 하루 종일 웃으면서 치료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힘든 시기이지만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장성용(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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