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휴일은 살아있다

입력 2009-06-17 14:08:06

오늘도 우리는 휴일을 기다린다. 휴일은 바쁜 우리의 일상과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온전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어떤 이에게 휴일은 단순히 일주일간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잠시 접어두었던 꿈을 찾아 떠나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버드대학 도서관에는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꿀 수 있지만 지금 잠을 자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낙서가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단순히 쉬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던 휴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는 과감하게 정해진 일상과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이 꿈꾸던 자유로운 세상을 만난다. 그리고 짧은 휴일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앤 공주'에게 휴일이란 자신을 찾아 떠난 시간이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고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현실을 완전히 떠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 있는 시간이 바로 휴일이 아닐까?

지금까지 나는 이 작지 않은 지면을 통해 문화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꿈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휴일이야말로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삶을 변화시키고 꿈을 좇는 창의적 '영감'은 고상하고 특별한 것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일상의 아주 단순한 것에서 영감을 얻고 사랑받는 명품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007 자동차를 디자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안 칼럼'은 영화배우 '케이트 윈슬렛'의 몸매에서 영감을 얻어 스포츠카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간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부러웠던 점은 유럽인들은 조상들이 만들어 준 화려한 예술작품 속에서 일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 그들이 다니는 성당, 그들이 휴식을 취하는 광장, 이 모든 것이 예술이고 문화이고 유적이고 삶이라는 것이 부러웠다. 최근에 나는 불국사에서 석가탑을 다시 한 번 본 일이 있다. '그래, 바로 이거야.' 갑자기 단순하고도 단순한 석가탑의 선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석가탑의 선을 보면서 레드카펫 위의 여배우가 입은 아무런 장식도 없는 드레스가 생각이 났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아주 단순한 선으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움은 유럽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운동장에는 다비드 조각상보다 더 멋진 젊은 청년들이 뛰고 있고 하회마을과 강동마을에는 수백 년 된 기와집의 처마 선이 그 자태를 뽐낸다. 대구의 중앙로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즐비하고 칠성동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손가락질하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도 그 안의 삶이 아름답다면… 몬드리안의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울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는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감수성은 나이가 들수록 무디어지는 경향도 있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끊임없는 질문을 쏟아 내는 소년 소녀 같은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것을 보고 읽고 경험함으로써 이러한 호기심과 감수성은 자극된다. 우리가 무심코 많이 쓰는 "이 나이에, 그냥 내버려 둬"라는 것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변화되는 세상을 잘 살아갈 수도 없다. 전쟁에서 기후는 지형만 못하고 지형은 사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잠재력의 1%도 못 쓰고 죽는다고 한다. 우리의 남아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휴일에는 직장을 벗어나, 집을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 가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나라의 산과 강가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영화관에서, 수천 년의 역사가 숨 쉬는 유적지와 박물관에서, 그리고 삶의 편린이 살아 숨 쉬는 시장에서, 그리고 책 속에서…. 꿈을 꾸는 휴일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자고 이야기하는 나는 피곤에 지친 샐러리맨의 달콤한 휴식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훼방꾼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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