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잘마시면 '여름 보약'

입력 2009-06-15 11:07:21

▲땀이 많은 여름이다. 자주 적당량 수분을 섭취해야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땀이 많은 여름이다. 자주 적당량 수분을 섭취해야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덥다. 시원한 물 한 사발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늘 목마르고 수분을 자주 보충해줘야 한다는 강박감도 생긴다. 실제 충분한 수분 공급은 건강한 여름나기의 필수다. 그렇다고 바쁜 일상에서 물을 자주 마시기도 힘들고, 한꺼번에 많이 마셔 저장해 놓을 수도 없는 법. 그렇다면 여름철엔 물을 얼마나 마시고, 어떻게 수분 공급을 해 주는 게 좋을까.

◆물, 얼마나 마셔야 하나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 하루에 호흡이나 땀, 대소변 등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하루 1천500㏄ 정도 되기 때문에 하루 1천800㏄ 정도 물을 마셔주는 게 좋다. 특히 여름철엔 다른 계절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는 등 수분 배출량이 더 많기 때문에 500㏄ 정도 더 마셔줘야 한다. 사람마다 활동량이나 땀 흘리는 정도가 다른 점을 감안하면 여름철 하루 평균 수분 섭취 적절량은 2천300~2천500cc 정도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건호 교수는 "사람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수분을 얼마나 섭취해야 하는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나와 있는 기준은 없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하루 배출되는 양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많이 섭취해야 하고, 특히 여름철의 경우엔 다른 계절보다 500㏄ 정도 더 마셔주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물, 어떻게 마셔야 하나

여름철에 수분을 많이 공급해 줘야 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또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수분이 갑자기 많이 흡수되면 수분 균형이 깨지고 혈액 속 나트륨이 희석돼 정상 신체 기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전해질(염분) 농도가 갑자기 떨어져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데 먼저 두통이 생기고 구토나 어지럼증, 의식 혼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뇌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또 과식한 것과 비슷한 상태가 돼 위장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물은 갈증 여부와 상관없이 수시로 조금씩 마셔 주는 게 좋다. 물을 마시는 시점이나 간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식후에 물을 마시면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 방해가 되긴 하지만 수분 섭취 문제와는 큰 상관이 없다. 공복에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잠 자기 전엔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수분 공급 차원에서는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잠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이 잦아 수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되도록 자기 전에는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운동하기 전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운동하기 전 30분~1시간 전에 300㏄(종이컵 2잔) 정도 마시고, 운동 중엔 15~20분마다 150~200㏄ 정도씩 물을 마셔줘야 한다.

◆물, 부족하면 어떻게 되나

체내 수분이 1, 2% 정도 부족하게 되면 급성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탈수 여부를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혀가 말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혀는 항상 촉촉이 젖어 있는데 혀가 말라 있다면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수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 갈증을 느끼는 것도 급성 탈수 증상 중 하나다. 인체는 몸의 항상성이 저절로 균형을 맞춰주는데 수분 균형이 깨지면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수분 균형은 물을 마시면 다시 맞춰진다. 그러나 수분이 2%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콩팥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만성 탈수로 진행되면 인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피로, 노화, 각종 성인병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건호 교수는 "문제는 바쁜 업무 및 일상 때문에 평소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인데 목이 말라도 수분 섭취를 못 하고 계속 일하게 되면 갈증조차 느끼지 못하게 돼 자칫 만성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 잘 마시는 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갈증이 생기기 전에 수시로 적당량 물을 마시고 운동할 땐 충분히 마셔 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피부에도 수분 적절히 공급해야

여름철에 수분을 갈구하기는 피부도 마찬가지다. 세안, 보습, 자외선 차단 등 피부 보호 3계명 중 수분과 관계있는 것이 두 개나 될 정도로 피부에도 수분 공급이 필수다. 여름철엔 자주 씻어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피부 보호에 좋다. 그렇지만 세안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얼굴을 자주 씻는 것이 피부 보호에 좋은 건 사실이지만 비누로 너무 자주 씻을 경우 오히려 피부를 해칠 수 있다. 얼굴엔 땀샘의 땀(수분)과 기름샘의 기름이 적절하게 분비돼 자연보습인자 즉 '기름수분보호막'을 형성, 피부를 보호하고 있는데 비누로 자주 씻을 경우 자칫 자연보습인자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얼굴을 씻은 후에는 꼭 보습제를 발라 보호를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 피부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이는 과학·의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물을 마시는 것이 피부를 보호하는 데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신피부과의원 신기식 원장(대한피부과의사회 대구경북지회장)은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물의 양과 피부 사이에 큰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게 최근 연구 결과"라며 "여름철엔 자주 씻고 보습제를 발라 주는 방법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여름철 피부 보호를 위한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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