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끔씩 옥션을 통한 경매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고가로 낙찰돼 세인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낙찰되는 작품은 주로 잭슨 폴락,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작품이며 그 희소성에 따른 가치 때문에 으레 전 세계의 매스컴을 타게 마련이다. 국내에서도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최고 낙찰가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미술 시장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년에는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2천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면서도 결국 짝퉁 시비에 휘말려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같이 상상을 초월할 만한 그림의 가격을 측정하는 가치 기준은 어디에 두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미술계에서 그림의 가격을 측정할 때 흔히 호당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호(號)는 국제적 관례로 자리잡은 그림 도량형으로 인물화나 풍경화에 따라 그 치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가장 평균적 기준이 되는 것은 인물화 사이즈 1호 F인 엽서 두 배 정도(22.7×15.8㎝)의 크기를 말한다. 그림의 가격 또한 이를 기준으로 측정하게 되며 '호당 가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등 해외시장에서도 객관적 기준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대가(大家)들의 작품은 호당 가격으로 측정할 수가 없다. 작가의 명성과 작품성 또는 유작(遺作)의 희소성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그림 값이 비싸기로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단연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5월 그의 유작 '파이프를 든 소년'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400만달러에 낙찰돼 사상 최고가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피카소의 생전에 남긴 일화 한 토막은 그림의 가치에 대해 또 다른 측면을 엿보게 한다. 어느 날 한 귀부인이 그를 찾아와 자신의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달라며 대가는 원하는 대로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손수건 그림을 완성하고 그 대가로 1만달러를 요구하였다. 이에 놀란 귀부인이 혀을 내두르며 "불과 30초 만에 그린 그림 값치고 너무 비싼 게 아니냐"며 따지자 그는 "천만에, 내가 이렇게 그리기까지는 40년이 걸렸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대가(大家)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오랜 세월 갈고 닦아온 천신만고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그림 값에 포함시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이 애써 창작한 그림의 가치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안타깝다. 하물며 지방의 일부 중견 작가나 신진 작가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그림의 적정 호당 가격은커녕 재료비조차 못 건진 채 헐값에 팔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오늘날 미술 시장의 현실이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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