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眞)-선(善)-미(美)-덕(德). 네 나라가 무역을 하기로 했다. 무역에 사용되는 통화는 미(美) 나라의 통화인 '다래'를 사용키로 했다. 진·선·덕 3국은 모두 별도의 통화를 만들어 사용하자고 했지만 강대국인 미나라의 주장을 막기 어려웠다. 다른 나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미나라는 '금 1온스=35다래'의 교환 비율을 정해놓고 누구든지 원하면 '다래'를 금으로 바꿔줄 것을 약속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진과 선에 대해서는 원조를 통해 일정량의 '다래'를 공급해줬으며 산유국인 덕에게는 석유개발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다래' 이외의 통화로는 절대 석유를 거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무역이 시작되면서 국민성이 근면한 진과 선은 공산품을, 덕은 원유를 미나라에 팔아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당연히 이들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소득수준도 높아졌다. 미나라의 국민들은 비록 무역적자라는 빚을 지긴 했지만 다양한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무역흑자로 '다래'의 보유량이 늘어나자 각국은 이 중 상당 부분을 미나라가 발행하는 국채에 투자했다. 수익률은 높지 않았지만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미나라도 바라던 일이었다. 무역적자로 나간 '다래'가 다시 돌아옴으로써 '다래'의 가치하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부국인 미나라도 누적되는 무역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을 무한정 감당할 수 없었다.
미나라의 무역적자가 계속 쌓여가자 세 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다래'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면서 일부 나라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다래'의 일부를 금으로 바꿔 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다래'를 발행한 미나라는 더 이상 다래와 금을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해 버렸다. 세나라는 기가 막혔지만 잘못 보였다가는 수출길마저 막힐 것 같아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미나라에서 일이 터졌다. 저금리에 힘입어 과도한 빚으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해오던 미나라 사람들이 부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문제는 미나라에서 더 이상 수입된 물건을 소비할 수 없게 되자 수출을 할 수 없는 세 나라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진·선·덕 세나라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고 여기에 투자한 미나라의 돈까지 발을 빼기 시작하자 '다래'의 가치는 폭등했다.
결국 미나라는 세계 경기부양이라는 명분 아래 '다래'를 마음 놓고 찍어낼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으로 외국의 부도난 알짜기업들을 헐값으로 매입함으로써 그동안의 무역적자를 일거에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오영수(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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