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제2의 인생 "손자 돌볼 새가 어딨어?"

입력 2009-05-07 14:40:51

▲요즘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여가 생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여가 생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 할머니들을 전통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산이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영향력도 커지고 사고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 신세대 할머니들은 가족에게 희생만 하거나 의지하려고만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간다.

◆노인 인구 10% 시대

노인 인구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960년만 해도 전체 인구의 2.9%에 불과했으나 1990년에 5.1%를 차지했고 2000년에 7.2%를 기록,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는 10.2%를 기록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돼 통계청은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2026년 20.8%가 돼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고령 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1960년 60.2%에서 1991년 62.6%로 증가했고 2000년에는 61.7%, 2008년에는 59.5%로 다소 감소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도 전국 통계와 비슷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대구의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23만6천216명으로 전체(249만4천30명)의 9.5%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성 노인 인구는 14만1천726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60.0%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노인 사망률은 10년 전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아졌다. 인구 1천명당 사망률은 60대 남자가 16.5명으로 10년 전의 25명과 비교할 때 34.0% 줄었고 70대는 43.2명으로 10년 전(63.3명)에 비해 31.8% 감소했다. 여자 60대도 10.8명이던 것이 6.5명으로 39.8%, 70대는 35.3명에서 22.7명으로 35.7%나 줄었다.

◆달라진 가치관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사고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요즘 할머니들은 가족 뒷바라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려고 하는 것. 이에 따라 한때 보편화됐던 손자'손녀 돌보는 일도 마다하는 경우가 많다. 김모(31'여'대구 수성구 수성1가)씨는 "지난해 말에 직장 복귀로 아기를 잠시 어머니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해 유아 전문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자립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성민(67'대구 중구 남산동)할머니는 "주위 할머니들을 보면 청소나 공동작업 등 소일거리를 모두 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용돈 정도는 자신이 직접 번다"고 했다.

패션이나 연애관 등도 바뀌고 있다. 대구종합노인복지회관 박찬우 사회복지사는 "상당수 할머니가 과감하고 화려한 옷차림을 하거나 액세서리나 패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할머니 중엔 남자친구를 사귀는 이들도 적잖다. 최근 복지관에서 만나 결혼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다양한 신조어

▶자녀에게 부양 사양, 부부끼리 재미있게

▷ 통크(TONK)족= 'two only no kids'의 약칭으로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세대를 일컫는다. 손자'손녀를 돌보느라 시간을 빼앗기던 전통적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역할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는 것.

▶'인터넷으로 즐기자' 정보화된 노인들

▷ 웹버(Webver)족=인터넷(Web)과 노인세대(Silver)의 합성어로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정보화된 노인들을 일컫는 말. 과거 유행한 실버 네티즌이나 노(老)티즌 같은 말이 웹의 급속한 발전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이들은 단지 인터넷을 사용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블로그나 카페, 홈페이지, 전자상거래 등 각종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탄탄한 경제력은 기본, 나만의 보람 찾아

▷ 오팔(OPAL)족=2002년 일본에서 출간된 '여자의 지갑을 열게 하라'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칭이다. 젊어서부터 쌓은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고 뚜렷한 개성으로 봉사활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보람된 삶을 사는 노인세대를 말한다.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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