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근(54) 하나로마트 분사 사장에게는 한때 고교 졸업장이 전부였다는 게 의외로 느껴진다. 뺑뺑이 세대가 아니라 시험 세대로 경북중·경북고를 졸업했을 정도면 공부에 대해서만은 내로라 했을 법도 하다. 게다가 여동생 5명을 둔 6남매 집안의 맏이인데다 2대 독자이기 때문에 집안의 기대가 한층 컸을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고교를 졸업하던 1974년 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뒤 농협 포항시지부에 입사해 버렸다.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에 장남으로서 집안을 돌봐야 했고, 무엇보다 여동생들의 공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외동 아들이어서 '누리는데' 익숙했을 법도 하지만 맏이로서 책임감이 더 컸던 모양이다. "집안을 다시 일으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돈을 벌기 위해 취직했습니다. 저는 남자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학을 갈 수 있겠지만 여동생들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대학 진학 포기를 놓고 어린 마음에 갈등도 없지 않았습니다." 다섯 동생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고, 이들중 3명은 대구에서 중·고교 혹은 대학 교편을 잡고 있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고교 졸업 5년 후인 1979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입학함으로써 다시 이어졌으나 직장 생활에 쫓긴 탓에 졸업하기까지 10년 세월이 걸렸다. 대학 졸업 후 또 다시 경북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CEO까지 올랐을 정도면 직장 생활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한두개 알고 있을 듯하다고 했더니 "모든 사람을 친구로 삼지는 못하더라도 적은 만들지 말자",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자"를 좌우명으로 삼는다는 말로 대신했다. 특히 2006년 농협중앙회 서울본사에서 도매사업부 부부장을 맡았을 때는 유통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농산물 직거래 사업을 관철시켰다. 당시 부하 직원들로부터 사업을 당분간 유보시키자는 건의가 잇따랐으나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정착시키는 게 농민들을 위해서도 낫다"는 소신으로 정면돌파했단다.
평생 농협맨으로 살아온 김 사장은 포항시지부를 시작으로, 경주시지부·달성군지부를 거쳐 경북지역본부 총무팀장·동구미본부장 등을 거친 뒤 2005년 서울 본사로 발령받았으며 작년 서울 창동물류센터 사장을 거쳐 올해 1월 하나로마트 분사 사장에 임명됐다.
하나로마트 분사는 전국의 하나로마트에 가공 생필품을 공급하는 본부로 올 한 해 동안 매장 대형화와 통합 구매·식자재 사업 활성화를 통해 총 매출 6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화성에 회사를 두고 있으나 6, 7월쯤 서울로 옮기게 된다.
지역 경제 회생 방안을 물었더니 "밀라노 프로젝트의 부활"을 제안했다.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를 데리고 와 디자인 스쿨을 운영한다든지, 세계적인 명품회사들이 아시아 생산 기지로 지역내 기반 시설을 활용토록 하는 방안도 좋단다. 또한 지역에는 의대·공대 출신의 우수 인력들이 많은 데다 구미에 IT 산업도 발전돼 있어 '의료·IT 전문 도시'로 육성해 볼만하다고 했다.
김 사장은 '등산 마니아'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근무할 때 하루 15시간 이상 산을 탔던 적도 많았다고 한다. 전문 산악인 양성 과정인 대구등산학교를 수료했으며 에베레스트산 등반팀에도 가입한 전력(?)이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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