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에서 2명이 돼지인플루엔자(SI) 의심환자로 분류되면서 방역·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한 뒤 귀국한 30대와 40대 남성 회사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구시도 예방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차 저지선 붕괴됐다.
국내 첫 추정환자를 비롯해 의심환자들은 공항 검역대를 통과했지만 공항 검역과정에서 단 1명도 감염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다. SI 감염 여부를 가려내는 1차 저지선이 붕괴된 것이다. 동산의료원 류성열 교수(감염내과)는 "잠복기에 전파와 감염이 일어나지만 발열,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공항 검역소에서 보균자를 가려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의심환자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신고가 들어오면 동승자를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해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이 전부다. 질병관리본부가 28일 SI 인체감염증 의심환자 1명이 추정환자로 확인되자,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입국자 315명을 추적 조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SI가 최초 발생한 멕시코의 경우 직항 노선이 없어 미국을 경유해 들어오므로 정확한 입국자 수 파악이 힘들다는 데 있다. 더욱이 국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내국인과 달리 주소지가 불분명한 외국인들은 사실상 추적조사가 어려워 이들이 감염자일 경우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는 하루 40여편, 승객수는 7천여명에 이른다.
정부는 인체감염이 실제로 일어난 미국, 멕시코 등지 입국자에 한정해 실시하던 검역강화 조치를 다음달 10일까지 해외 전 노선 여행객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예방적 방역체계보다 긴급 현장대응체계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예방적 방역보다는 환자 발생, 입원환자 급증, 사망 발생에 따른 긴급대응체계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상황발생 시 긴급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체계 완벽하나?
29일 대구의 각 보건소에는 SI 감염증상과 예방법을 묻는 문의 전화가 하루종일 폭주했다.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감염되지 않는 약이 있는지와 약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가장 많다"고 했다.
대구시는 보건위생과장을 반장으로 해 대구공항검역소, 보건환경연구원, 식약청, 교육청, 응급의료센터 등 유관기관과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인체감염에 대비한 24시간 감시체제에 돌입했다. 29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의심환자발생시 조치방법, 격리 및 후송, 개인보호장비와 항바이러스 물자 공급방법, 유관기관별 비상연락체계 구축 등을 논의했다.
시는 의심환자가 병원이나 보건소 등을 찾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즉각 출동해 자택 격리하고, 증세가 심해질 경우 대구시내 5개 병원에 마련된 병동으로 옮겨 치료하기로 했다. 시는 또 대구시내 병원, 약국을 대상으로 매일 주요사항을 점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치료약인 타미플루 300명분과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 고글, 장갑 등을 갖춰놓은 상태다.
대구시 이만환 공중위생 담당은 "경기도 추정환자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사람 가운데 대구시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혹시 검역소에서 걸러지지 않고 입국한 사람이 있더라도 병원 진료과정에서 보고체계가 잘 돼 있어 신속한 초기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멕시코 과달라하 대학으로 3월 초에 교환학생 2명을 보낸 계명대는 "멕시코시티와 8시간 거리로 떨어져 있어 큰 피해가 없다"며 "비상상황에 대비해 매일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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