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딩-추출 방식에 따라 분쇄 정도 달라야

입력 2009-04-30 06:00:00

로스팅을 통해 맛과 풍미를 극대화한 커피 원두를 그라인딩(Grinding)이라는 커피 가공의 마지막 단계를 거쳐야 추출에 이르를 수 있다.

며칠 전 커피를 볶아 직접 그라인딩한 블루마운틴 원두를 매일신문사 지하 커피숍으로 가져와 나름대로 커피에 일가견을 가진 주인에게 드립을 부탁했더니 "너무 굵게 갈아서 제대로 추출이 안 된다"고 했다. 거친 만큼 물이 빨리 빠져나가면서 커피가 제대로 우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후 미세도를 더 높인 커피를 가져와 드립을 부탁했더니 만족하는 눈치였다.

우리 회사 지하 커피숍 마스터의 말이 맞다. 커피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미세하게 분쇄해야 커피 속의 맛과 향이 풍부하게 추출된다. 커피 추출은 커피가루 입자의 표면적을 넓혀 뜨거운 물이 지날 때 성분이 충분히 추출되도록 해야 한다.

커피는 가루의 입자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너무 미세하게 가는 것도 문제다. 너무 미세할 경우는 커피의 성분이 지나치게 많이 추출되기 때문에 맛이 쓸 수가 있다. 반대로 너무 굵게 분쇄된 경우는 입자가 커 물을 부으면 빠르게 흘러내려 그만큼 커피 성분이 덜 추출돼 밋밋한 맛이 난다.

따라서 커피의 분쇄 정도는 커피의 추출 방법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추출 속도가 매우 빠른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커피를 뽑을 경우는 커피가루를 되도록 미세하게 분쇄, 짧은 시간에 많은 커피성분이 추출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모카포트용은 파우더처럼 아주 미세하게, 핸드드립용은 조금 거칠어 보이게 갈아야 한다.

그러면 커피를 분쇄하는 데 쓰이는 그리인더는 어떤게 좋을까. 시중에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핸드밀과 상자형 그라인더, 저기식 그라인더가 나와 있다. 핸드밀과 상자형 그라인더의 경우는 원두를 넣고 윗부분에 넣고 손잡이를 수동으로 천천히 회전시키면 아래 작은 서랍상자나 용기에 분쇄된 커피가 떨어져 모인다.

너무 빨리 돌리면 기계에서 열이 발생, 커피향이 손실될 수도 있으므로 천천히 돌려야 한다. 핸드밀과 상자형 그라인더는 가격이 싸고 손잡이를 돌릴 때 커피가 분쇄되면서 나는 향이 코에 바로 와닿아 그 풍미를 느끼는데는 제격이지만 가루의 입자가 고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식의 경우는 기계 안의 회전칼날이 전기작용으로 돌면서 원두를 순식간에 분쇄한다. 가루의 입자가 고르며 분쇄정도를 스위치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있다.

그러면 제대로 된 커피맛을 얻기 위해서는 원두커피를 구입해서 바로 갈아 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분쇄된 채 포장된 커피를 구입해와 추출해 마시는 게 좋을까? 당연히 원두를 가져와 즉석에서 갈아서 뜨거운 물로 내린 커피가 낫다. 원두는 그라인딩된 시점부터 맛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고 보통 3일가량 지나면 커피 자체가 지닌 독특한 맛과 향이 거의 사라진다. 분쇄한 커피의 경우는 커피 속의 오일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산화하기 시작하므로 고유의 풍미가 몇 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신선한 맛의 커피를 마시려면 마실 만큼만 사서 즉석에서 갈아 물로 내려마시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커피 전문점에서는 100g, 200g 짜리 포장단위로 원두를 갈아서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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