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양주, 위조방지 시스템도 '위조'

입력 2009-04-27 09:45:56

'짝퉁 양주'는 과연 없어질까. 최근 '가짜 양주'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가짜 양주 제조업자 간에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국세청이 대대적인 단속 및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제조업자들은 자체 개발한 첨단 장비를 이용, 전문가조차 판별하지 못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가짜 양주는 전체 양주 유통량의 10% 정도로 추정되지만 지속적인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진짜 뺨치는 짝퉁 양주=양주제조사들이 지난해 짝퉁 양주를 막기 위해 뚜껑을 열면 라벨의 색깔과 모양이 바뀌거나 병뚜껑에 특수 연결장치를 마련하는 등 첨단 위조방지시스템을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달초 경찰에 붙잡힌 가짜양주 제조업자들은 양주회사들의 위조방지시스템을 뛰어넘는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경북 성주 야산에 제조공장을 차려놓고 국산양주에 발효 에탄올, 식용색소, 벌꿀 등으로 가짜양주를 만들면서 양주회사들이 특허받은 위조방지용 정품 인증장치까지 위조했다. 병뚜껑을 열면 병 속의 특수 부위가 떨어져 짝퉁생산이 불가능하다던 양주회사들의 장담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대구 동부서 관계자는 "일당들은 진짜 양주의 일련번호와 병뚜껑 일련번호를 위조하기 위해 레이저 기계까지 갖추고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짝퉁 기술을 이길 수 있을까?=국세청이 양주 유통망에 첨단 감시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가짜 양주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세청은 주류회사→도매상→업소의 유통단계에 '무선인식기술(RFID) 전자칩'을 양주병에 부착, 유통정보를 한눈에 살피는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가짜 양주제조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동식 짝퉁 제조업자 경우 유통망에 관계없이 가짜를 양산할 수 있다"며 "가짜 양주병을 사고파는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면 허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RFID 기술로 짝퉁 유통을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며 "10월부터 유흥업소가 많은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범운영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24일 가짜 양주 제조장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현행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올렸으며 중간 유통업자나 제조 관련자를 신고하면 최고 1천만원, 유흥주점 등 가짜 양주 판매업소를 신고하면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은 없나?=최근 짝퉁 양주가 주류업체에 범람하면서 가짜 양주 구별법이 유흥가에 소개되고 있지만 판별 여부는 미지수다. 국세청 산하 중앙관세분석소 '가짜 양주 판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품은 홀로그램 문양이 선명하지만 가짜는 흐릿하고 상태가 거칠고 ▷납세필증이 직선으로 내려가지 않고 삐뚤삐뚤하거나 ▷양주 마개를 덮은 비닐 절취선 구멍이 불규칙하거나 촘촘하지 않으면 가짜 가능성이 크다는 것.

중앙관세분석소 관계자는 "이중마개 양주는 가짜 양주 제조업자들이 마개에 구멍을 뚫은 뒤 바늘 주입기로 가짜 원액을 주입할 수 있어 마개가 뚫린 흔적이 있거나 훼손됐으면 가짜 양주로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주전문 판매점 관계자는 "주점에서 종업원이 마개를 직접 열려고 하면 가짜인지 의심해야 하지만, 가짜 제조업자들이 계속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비전문가들은 판별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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