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야학교사 새얼학교 우상수 교감
새얼학교 교감인 우상수(48·효성여고 과학교사) 교사는 대학 1학년이던 1980년부터 야학에 몸담아 올해로 30년째 야학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대구 야학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 우 교사가 처음 야학에 발을 디딘 때는 산업화의 붐 등으로 경북 전역에서 갓 대구로 온 어린 학생들이 많아 야학의 수도 30개 안팎이었다. 우 교사는 그 시절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도 50명이 1개 교실에 꽉 들어차 150명씩 드나들면서 향학열을 불태운 곳이었다"며 "심지어 배우려는 학생도 시험쳐서 뽑았을 정도로 많았지만, 그만큼 야학이 절실한 시대였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야학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청소년의 비율보다 성인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 하지만 야학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라는 게 그의 주장. 그는 "종전까지 목공, 섬유업종에 일하던 청소년들이 배움의 길을 찾아 야학의 문을 두드렸던 것과 달리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성인들의 발길이 더 늘어났다"며 "하지만 배움의 기회를 잃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의 발길은 여전하다"고 했다.
1980년 당시에는 교사도 많았다고 했다. 교사를 뽑을 때 면접까지 봐야했다. 경쟁률도 3대 1 정도. 그는 "30명의 교사를 뽑는데 100명 가까이 찾아왔다"며 "어렵게 된 야학교사여서 당시에는 적어도 2, 3년씩은 교사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교사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자신이 있는 학교에도 20명 이상 교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15명. 2003년 이후부터는 교사 지원자도 크게 줄었다. 심지어 한두 달 만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는 것. 하지만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세대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태를 반영하듯 실제 대학 1, 2학년 학생들이 교사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는 "이전까지는 1년은 기본이고 3, 4년씩 교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현재는 1년간 교사생활을 하는 사람이 20%에 그칠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우 교사도 이 부분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우 교사는 "사회적·교육적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야학"이라며 "야학은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급 문제 때문에 야학의 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가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새얼학교도 학생과 교사가 모두 줄어 중·고 각 1반씩 운영되고 있는데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학생수가 20명으로 줄어 문을 닫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도 말이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야학이 없어지는 것이지만 여전히 수요가 있다"며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학력인증 학교 등 대안이 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약자이며 서민이기 때문에 사라져서는 곤란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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