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지 기자가 보도한 대구 달성습지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달성습지가 생태계의 寶庫(보고)가 아닌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부서진 오토바이, 스티로폼, 신발, 부탄가스통 등 온갖 쓰레기들이 산더미를 이룬 모습에서 예전의 서울 난지도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달성습지에서 흑두루미와 같은 새들이 떠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한때 달성습지는 멸종위기에 놓인 흑두루미 5천 마리가 쉬어가는 곳이었으나 올해엔 한 마리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흑두루미 월동지란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지경이다. 습지보호구역인데도 어린 느티나무에 농약을 뿌리고, 보리밭에 농기계가 드나든 흔적이 있다는 데에선 할 말을 잃게 된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곳에 자리 잡은 달성습지는 우리나라 주요 습지 중 하나로 이름이 높았다. 18만 평에 이르는 공간에 식생 어류 곤충 조류 등이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였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강폭을 좁힌 제방과 공단이 들어서고 골재채취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습지로서의 모습과 가치를 점차 잃어 버렸다. 2000년부터 달성습지 복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그 결실을 거두기는커녕 되레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시는 낙동강 살리기 및 연안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달성습지를 비롯한 6개의 습지를 복원하고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는 달성습지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달성습지를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도록 대구시와 달성군이 당장 수거에 나서는 게 우선 해야 할 일이다. 감시요원 배치 등 쓰레기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하천구역 내에서 새들의 서식처까지 침범하며 이뤄지는 불법 경작 행위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기적으론 사업이 중단된 달성습지를 제대로 복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예산 70억 원으로 추진된 달성습지 복원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40%만 이뤄진 상태다. 달성습지를 노루 등 야생동물이 뛰놀고 온갖 철새들이 몰려드는 생태계의 보고로 만들려면 지금 당장,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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