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 읽기]'직선들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입력 2009-04-23 14:02:10

우석훈의 '직선들의 대한민국'(웅진출판사)을 읽었다. 우석훈은 프랑스에서 십여년간 경제를 공부하고 돌아와 대기업 연구실, 정부기관 등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바깥에서 오래 살고 우리나라 정'재계에서 일하며 현실을 골고루 경험한 덕분인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제시할 줄 안다.'88만원 세대' '촌놈들의 제국주의'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을 썼고,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그는 고속도로'고층아파트 등 위로만 올라가려는 수직적 욕망 같은 것들을 '직선'으로 본다. 그래서 '직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 제목은 직선으로 가득한 도시의 외양만큼이나 직선적인 욕망이 가득한 나라라는 의미로 읽힌다. 욕망의 기둥을 타고 위로만 올라가려는 애벌레처럼. 사실 나비가 될 수도 있었던 대부분의 애벌레들은, 애당초 그런 길일랑 알지도 못하고 다른 애벌레를 짓밟고 기둥 위로만 올라가는 것이 애벌레 삶의 유일한 목적인 줄 알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재개발과 재건축에 열광했다. 재개발만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재개발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웃들이 갈등에 휩싸이기도 하고, 더러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 때문에 정든 동네를 떠나야 했다. 재개발을 추진하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철거하다 만 건물'빈집들이 흉가처럼 방치되기도 했다. 무리한 재개발사업의 결과 아파트 대량 미분양 사태와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참사 같은 암울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대책은 또 어떤가. 세금을 쏟아 부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임으로써 대형건설사들의 잘못된 투자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대형건설사와 소수의 큰손들만이 득을 보았을 뿐, 나머지는 다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우석훈은 이런 점들을 꼬집고 있다. 한국을 이끄는 건설자본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졌나 하는 것들, 그들이 정책을 움직이고 정치인도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사회라는 것을.

왜 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4대 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꾼 대운하에 목매는지 궁금했었다. 우석훈은 이것을 비대할 대로 비대한 건설자본이 더 이상 활로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택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본다. 대운하를 추진하는 보이지 않는 힘은 바로 건설자본이라는 것이다.

하긴 언론이 대운하에 그토록 호의적인 이유도 광고를 가장 많이 하는 이들이 바로 대형건설사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4대 강 살리기로 포장하든 말았든, 대운하가 절대로 안 되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식수의 대부분을 강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에서 운하공사를 하면 온 국민의 마실 물이 위협받게 된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우석훈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 발전의 틀을 바꿔보자는 제안을 한다. 큰 자동차를 타기로는 세계에서 손꼽히고 온 나라 사람이 아파트를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여기며,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는 대한민국, 이렇게 말고 다르게 사는 길도 있지 않겠느냐고. 수십년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끌리고 몸담아온 세상의 큰 흐름, 직선적인 흐름을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선적 흐름으로 바꾸어보자고 말한다.

신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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