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IMF 구제금융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으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아나바다(아끼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식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신제품을 구매하기보다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거나 수선해 사용하고 있는 '알뜰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황기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오히려 성수기인 창업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리폼과 수선 관련 업종이다. 옷과 구두 가방 수선집 사장을 통해 리폼과 수선 분야 창업에 대해 알아본다.
◆의류 리폼&수선집
1980년대 초부터 양장점과 양복점을 운영했던 아내 박영옥(55)씨와 남편 김상곤(55)씨가 대구 평화시장 입구에서 의류 리폼과 수선 전문점 '따고집고'를 개점한 것은 1997년.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 오면서 쌓아온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척척 맞춰주자 이 수선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고, 온라인 개설 후에는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고객들이 몰려 쉴 틈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이 의류 리폼과 수선집은 확장을 거듭해 2년 전에는 남편이 후진양성을 위해 전문기술학원도 차렸다. 현재 아들 기현(28)·기훈(26)씨가 합류해 각각 역할분담을 하면서 운영 중이다.
박씨는 "30여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일해온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반 수선점에서 보유하지 않은 최신 기계장비를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시장의 유행 패턴으로 원래 모양을 잃지 않고 박음질 형태까지 그대로 수선해 주는 차별화된 전략이 고객 확보의 비결"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옷 리폼과 수선을 배우는 학원이나 강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실직자가 국비 80%를 지원받을 수 있어 배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 김씨는 "정장 하의, 청바지, 재킷, 남방 등 기본 4과목을 4개월 정도 배우고 선택과목을 배워 응용할 수 있으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20, 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아 차별화된 전략을 쓰면 창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옷 리폼 수선점을 창업하려면 점포 구입시 재래시장은 피하고 젊은 고객들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나 원룸, 빌라 신축지역 등이 유리하다"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고 패션감각을 키우기 위해 패션정보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아들 기현씨는 "옷 수선점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바지의 실 굵기와 색깔은 물론 유행하는 트렌트를 맞춰 줄 수 있는 기술력과 재료, 정보력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두·가방 수선집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1가에서 '홍박사 구두·가방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홍성철(56)씨는 30년 가까운 구두와 가방 수선 경력을 가졌다. 그는 1980년부터 길거리에서 구두와 가방 수선을 하면서 기술을 익혔고, 제품들의 고급화 추세에 따라 일반 제품보다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2002년부터 과감하게 명품 수선 전문점으로 전환했다.
그가 취급하는 품목은 최소 수십만원에서 1천만원을 넘는 명품 운동화와 구두, 가방 등으로, 수선은 물론 세탁과 염색도 가능하다. 그는 이 전문점을 창업하기 이전에 부산에 있는 신발피혁 전문 연구기관을 찾아 기술 자문을 받는가 하면 틈틈이 전문서적을 보면서 명품의 트렌드를 익히는 등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했다.
홍 사장은 명품 수선 초창기만 해도 까다로운 고객들의 요구와 취향을 맞추지 못해 수십만에서 수백만원까지 배상을 해주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 컴퓨터로 고객들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는 물론 이들의 주문 사항이나 배상해 준 금액이나 원인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점검했다.
이 결과 시행착오는 물론 클레임이 크게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대구 서울 부산 등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외국의 교포들까지 명품을 맡길 정도가 됐다.
그는 "3개월 정도 기본교육을 받으면 운동화나 가죽 제품 세탁과 간단한 수선, 부분 염색 등을 할 수 있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여기에 염색과 수선 기술을 더 익히면 기존의 업소들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토·일요일에는 가게 문을 닫고 기술전수를 희망하는 소수 정예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다.
홍 사장은 "높은 기술력, 작업장 내 간이 스튜디오를 차려 놓고 고객들이 맡길 당시 제품과 수선 후 제품을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보내주는 등 철저한 고객관리와 사후관리가 단골고객 확보의 비결"이라면서 이런 점들을 예비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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