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음식의 궁합…장운동 활성화, 마늘·키토산 좋아

입력 2009-04-02 06:00:00

우리나라도 의약품의 안전성보다는 효과에 관심이 더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1960년대 이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으면서 양보다는 질, 효과보다는 안전성을 더 찾게 됐다. 한때 유행했던 빨간 바탕에 호랑이 머리가 그려진 중국산 연고를 국내 제약사가 로열티를 주고 생산했지만 피부암을 유발하는 겨자오일을 국내산에는 사용할 수가 없어 결국 자취를 감췄다. 합법적으로 수입허가를 받지 않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국산 의약품은 대체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별다른 걱정 없이 약과 음식을 함께 먹지만 실제론 가려 먹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약과 음식의 궁합을 알아두면 약을 제대로 먹는데 도움이 된다.

약을 복용할 때 위장 보호를 위해 우유와 함께 먹는 경우가 있는데, 항생제의 한 종류인 테라마이신은 우유에 함유된 칼슘과 결합, 몸에 흡수가 되지 않는 물질이 돼 효과가 적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가 많이 함유된 토마토, 당근 등 붉은색 채소나 과일을 먹을 때는 기름에 튀기거나 기름과 함께 먹어야 비타민A의 섭취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갈아서 먹거나 생식을 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빈혈 치료를 위해 철분제제 의약품을 복용할 때도 감이나 녹차를 함께 먹으면 감'녹차의 타닌 성분이 철분과 결합돼 타닌 철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몸에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장에 탈이 나 설사 때문에 정장제를 복용할 때 장을 차갑게 하는 알로에 제품을 함께 먹으면 증세를 크게 악화시킨다.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술과 함께 먹거나 술을 마시기 전후에 복용하면 간에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고혈압 종류의 약을 복용할 때는 혈액순환을 돕고 혈관을 확장하는 알로에나 버섯 종류, 그리고 혈압을 내려주는 성분인 칼륨이 많이 포함된 감자와 바나나 같은 음식을 먹어주면 고혈압약의 효과를 높여준다.

위장병 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소화 효소가 풍부한 맥주 효모, 위점막을 재생시켜 주는 성분이 많이 든 양배추 등과 같이 먹거나 위의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호박 종류 음식을 먹으면 위장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 동맥경화증에 대한 의약품을 복용할 땐 키토산이나 에리타데닌 성분이 많은 버섯을 비롯한 참깨, 적포도주를 먹으면 좋다. 키토산은 동맥경화증의 원인인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담즙산을, 에리타데닌은 콜레스테롤을 배설시키기 때문이다. 또 변비 치료약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감자나 고구마, 그리고 장벽을 자극해 장 운동을 활성화하는 알리신 성분이 든 마늘, 대변에 수분을 흡착시켜주는 키토산 등이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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