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하춘수號 출범…지역기업 가려운 곳 긁어라

입력 2009-03-25 09:32:39

통장을 가진 사람만 351만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대구경북지역 성인남여의 대다수가 거래하는 은행. 전국 지방은행 가운데 최대의 금융 시장 점유율. '화려한 간판'을 가진 대구은행이다. 이 배의 선장이 25일 주주총회를 통해 바뀌었다.

새 키잡이는 하춘수(55) 행장이다. 신장 174cm, 몸무게 67kg. 결코 큰 몸집은 아니지만 부선장(수석부행장)을 지낼 때까지 그의 두 어깨는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뱃머리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기. 그의 어깨는 비바람속에서 과연 무거운 짐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비장의 무기가 있나?

하춘수 행장. 그는 은행 내부는 물론, 대구경북 경제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꼽힌다. 전임 이화언 행장이 서울과 뉴욕 등 대구경북이 아닌 주로 외지에서 근무해온 '외향성 경력'을 갖고 있는 반면, 하춘수 행장은 서울 분실장 생활 몇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지역을 지켜왔다. 지역사정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첫 대구은행 공채출신 은행장이란 것이다.

지역은행의 가장 큰 역할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통로라는 점을 감안할 때 4년간 기업금융본부장을 지내며 수많은 기업현장을 누벼온 그의 '경력'은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하 행장은 기업금융본부장을 할 때 "기업이 정말 필요할 때 자금지원을 제때 하는 것이 지역은행의 역할이다. 시중은행은 모르지만 지역은행은 기업 내부 속사정까지 훤히 알고 있다. 때문에 대구은행은 역내 기업의 가려운 곳을 재빨리 긁어줄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역내 기업인들이 이전과는 다른 대구은행의 역할을 '소망'하는 이유다.

하 행장은 은행권 임원 세계에서 관행화된 스톡옵션 13만주도 받지 않기로 했다. 사실 최근 이 사실이 발표됐지만 그는 행장으로 추천될 때부터 스톡옵션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쉬운 결정같지만 10억원 가까운 돈이 '날아가는' 셈이다.

그는 행원시절은 물론, 임원 시절에도 정해진 경비가 모자라면 자신의 주머니를 과감히 털었다. 직책이 올라갈수록 부하 직원들에게 더 많이 베풀었다. 무려 38년간의 '기나긴' 은행 생활이었지만 그가 있었던 점포·부서에는 단 한번도 금융사고가 나지 않았다. "윗사람이 깨끗해야 아랫사람도 깨끗하다." 하춘수 행장이 이끄는 '정직한 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지는 대목이다.

◆풀어내려가야할 숙제

학창시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입행 후에도 선두주자로 달려왔던 하 행장. 그의 앞에 놓인 숙제 노트는 두껍다.

지난해 많은 거래 고객들이 펀드 손실·이자율 급등락 등으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봤다. 반토막난 통장을 보며 많은 고객들이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최근 공시한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대구은행은 지난해 등기임원에 대한 보상액을 불려놨다. 지난해 대구은행 등기임원에 대한 단기급여는 14억500만원을 기록, 그 전해(13억8천800만원)에 비해 소폭이지만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급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천470억2천만원이 급여로 나갔다. 그 전해(1천454억7천700만원)에 비해 역시 급여가 늘어났다.

복리후생비도 증가했다. 2007년 247억3천200만원을 썼지만 지난해에는 258억5천400만원을 복리후생비로 사용했다.

이와 관련, 금융전문가들은 '대구은행의 착각'을 지적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한해 3천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내고 대구권 최고액의 직원 급여를 줄 수 있는 것은 대구은행에 대한 지역민들의 '아름다운 충성'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대구은행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실체적 진실'을 잊는다면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서 대구은행의 자리는 없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대구대 보험금융학과 공재식 교수는 "대구은행은 은행장 등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보너스·임금체계 등을 재검토해 군살을 빼야한다. 그것이 바로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다른 '충성도'와 '사랑'을 보여주는 지역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며 은행의 내실을 다지는 방법"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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