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무게는 1천400g 정도다. 크지 않은 이 그릇이 미시적으로는 분자·원자·소립자를 생각하고 거시적으로는 우주의 생성과 역사를 고민한다. 인간은 뇌가 있음으로써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기록한다. 총칼을 발명해 맹수나 큰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도, 농업을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모두 뇌의 덕이다. 동·식물계를 통틀어 농사를 짓고 산업을 일으킨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약 35억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 인간으로의 진화 과정은 신경계, 특히 뇌의 진화이다. 고등 동물일수록 체중에서 두뇌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외없이 증가한다. 예를 들면, 다람쥐는 0.7%, 원숭이는 1.4%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2.3%에 이른다. 영장류의 두뇌 부피를 봐도 인간의 뇌는 정말 크다. 침팬지는 393㎖, 초기 직립원인은 854㎖였지만 인간에 오면 놀랍게도 1천355㎖나 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뇌의 발달 이외의 것으로 설명될 수가 없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파충류의 뇌' '변연계' '신피질' 등 세 단계 층으로 구성돼 있다. 생물이 진화한 것처럼 인간의 뇌도 진화를 통해 세 단계로 이뤄진 것이다. '파충류 뇌'는 뇌간과 소뇌로 이뤄져 있다. 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겼고, 원시적인 것이다. 호흡이나 심장박동과 같이 생명 유지와 관련된 기능을 담당한다. 변연계를 중심으로 한 '고(古) 포유류 뇌'는 원시적인 감정과 본능(음식 섭취·공격과 도망·성 등)을 생성한다. 신피질은 대뇌피질을 말하는데, 사고·이성·언어·지혜 등을 담당한다. 각 층은 고유한 기능을 가짐과 동시에 서로 연결돼 있어 '삼위일체 뇌'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약 1천억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고, 하나의 신경세포는 수천개의 다른 신경세포들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성능이 아무리 우수한 컴퓨터도 인간 뇌와는 비견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양의 정보를 저장하기도 하고, 개체 보존과 종족 보존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비롯해 예술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정신활동을 담당한다.
뇌는 또 다른 뇌를 개발했다. 책·도서관·박물관·컴퓨터 등과 같은 '대체 뇌'를 만들어 정보를 저장, 분석하고 가공까지 하는 것이다. 뇌의 기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죽고 나면 그뿐이다. 그런데 '대체 뇌'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플라톤을 읽을 수 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다음 세대에 전해진다. 뇌가 언어를 발달시키고, 인쇄술을 만든 덕분이다. 인간의 뇌가 비록 진화의 산물이긴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진화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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