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가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그녀가 입은 불꽃같이 붉은 재킷만큼이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삶의 주인공이 이화여대 강단에서 많은 여학생들 앞에서 설파한 한마디 말은 '사랑'이었다. 그녀를 인생의 멘토로 바라보던 의욕에 찬 여학생들 앞에서 자신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었고 나머지는 배경무대였다고 고백했다. 사랑이란 부드러운 정서는 도무지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야심만만한 힐러리의 말이라 더욱 신선했을지 모른다. 헬라어에서 말하는 아가페'필레오'스톨게'에로스 네 가지 사랑 중 힐러리가 말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클린턴과 에로스, 조국 아메리카와 스톨게, 혹은 형제들과 필레오, 아니면 자신이 믿는 하나님과의 아가페일까? 어느 것이든 그녀는 인생 최고 가치를 사랑으로 꼽았다.
최근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라는 '죽음'연구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의 자서전을 흥미롭게 읽었다. 스위스 출신의 그녀가 미국으로 건너와 운명처럼 죽음을 연구하게 된 과정이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돼 있다. 그녀가 죽음을 연구하면서 도달한 큰 진리는 의아하게도 사랑이었다. 죽음을 앞둔 암환자나 지인의 죽음을 경험한 가족들이나 사망 선고 후 다시 살아난 기이한 경험자들의 많은 사례에서 죽음의 새로운 정의와 함께 이끌어낸 변치 않은 결론은 사랑이었다. 사람이면 누구든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미국인이든 러시아인이든 모두가 똑같은 요구를 가지고 똑같은 것을 구하고 똑같은 걱정을 안고 있는데 그것은 사랑과 관련된 변주곡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이 어떠하든 가장 큰 주제가 사랑이 아니라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단다.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판단의 혼동으로 오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인생은 선택의 길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삶을 사느냐는 결국 각자가 선택한다. 선택은 신이 우리에게 선물하신 자유의지이다. 좋은 삶을 살아가려면, 그래서 좋은 죽음을 맞이하려면 자신에게 "어떤 봉사를 해왔는가?"라고 물으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목표를 선택하라고 그들은 충고하고 있었다.
인생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사랑은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다. 결혼한 두 사람이 나누는 진정한 사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사소하지만 향기로운 사랑, 부모가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등 다양하게 큰 물줄기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진실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혼동되지 않는다. 가슴으로 그것의 진정성을 느낀다. 그것은 생명을 짜 만들어 내는 섬유이고 영혼을 뜨겁게 달구는 불길이며 정신에 에너지를 주는 것이고 인생에 열정을 공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신과 인간을,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기약할 수는 없지만 남아있는 많은 날들을 투명줄처럼 존재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결코 잡히지 않는 사랑, 완전할 것 같으면서도 완전하지 않는 사랑으로 우리들의 인생을 채워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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