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이네와 단뽀뽀

입력 2009-03-04 17:10:58

농경문화를 지닌 고대 도래인(가야인)들의 일본 이주로 일본 열도는 급속하게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바뀌면서 일정한 지역에 정주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야요이( 生)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 사용한 농경 용어들은 오늘날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쌀밥'을 우리는 지금도 시골에서는 '이밥'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는 일본어의 '이'(稻)즉 '벼'와 같은 의미의 말이다. 그래서 '벼 즉 이네가 있는 집(家)'을 일본말로 '이나카'(田舍)라고 하는데, 이는 농촌이란 뜻이다.

한국어 '피'는 벼와 비슷한 잡초로, 고대에는 '히'라고 하였는데 일본어로는 '히에'(稗)라고 한다. 또 '마'의 우리 고대어는 '모', 일본어는 '이모'(薯)이며, '오이'의 우리 고대어는 '오리', 일본어는 '우리'(瓜)이다.

그리고 농사지을 때의 '쟁이'와 '괭이'는 고대어로는 '재기'와 '괘이', 일본어로는 '스키'(犁)와 '구와'(金秋)이며, '삽'은 '사히'(銷) 또는 '스키'(鋤), '낫'은 '나다'(鎌), '고랑'은 '구로'(畔), '거름'은 '고애'(肥), '다발'은 '다바'(束), '나물'은 '나'(菜), '기량'은 '기비'(黍) 등으로, 열거하면 끝이 없다.

시골에 가면 새싹이 나오는 것을 '움트다'라고 하는데 이 '움'은 일본어로 '우무'(生む), 즉 '태어난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집'은 줄여서 '우치'(內)가 되는데 이 말은 그 용도가 크게 확장되어 다음의 4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첫째는 집'가정'가족'남편 등을 나타내고, 둘째는 안'내부'마음속'범위, 셋째는 사이'동안, 넷째는 우리 등으로 전후 말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의미로 쓰인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민들레'라는 말이 '단뽀뽀'(たんぽぽ) 인데, 이는 우리말의 '다 뽑아'에서 유래된 말이다.

농가에 있어서 민들레는 귀엽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꽃인데, 그 번식력만은 아주 강해서 뿌리끝이 조금만 남아 있어도 1주일만 지나면 금세 자라서 다시 꽃을 피운다. 솜털같은 민들레 씨앗은 바람이 불때마다 날려서 그냥 놔두면 금세 밭 전체가 민들레 투성이로 되게 마련인데, 그래서 나온 말이 '다뽑아'이다.

뿌리까지 뽑아 버리라는 이 말이 그대로 민들레의 이름이 되었으니, 우리가 보는 '민들레 홀씨되어'의 민들레는 예쁜 민들레이지만, 고대인들이 본 민들레는 얼마나 미운 풀이었던가를 실감할 수 있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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