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고인가, 단순 실수인가?'
대구지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전북 임실과 유사한 '학력 미달자' 허위보고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이처럼 총체적 부실로 드러남에 따라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떻게 누락됐나?=대구에서 현재 평가 결과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학교는 북구 A초교와 B초교 등 2곳이다. A초교는 당초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5개 과목에서 모두 0명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론 기초미달 학생이 국어 4명, 수학 2명, 영어 4명, 사회 2명, 과학 5명이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가 평가 결과를 분석할 때 담당 교사가 다쳐 병원에 갔고 학습부진 학생들을 맡고 있는 교사가 업무를 대신 맡았다는 것. 이 교사는 학업성취도 기준 자료가 아닌 학교 자료(자체 학습부진아 교육 프로그램)를 보고 분석하는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B초교의 경우도 영어 과목에 7명의 기초미달 학생이 있었고 다른 4개 과목엔 기초미달 학생이 없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론 국어 1명, 수학 2명, 과학 1명 등의 기초미달 학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담당 교사는 성적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 문제를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향후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두 학교의 허위보고가 고의적인 '성적조작'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성적 처리를 안일하고 무성의하게 처리했다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견된 사태?=성적 결과 누락이 잇따르는 것은 교과부가 각 시·도교육청 자율에 맡겨 단위학교가 채점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는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단위의 평가였지만 채점이 각 학교별로 진행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나 누락이 가능했다.
대구경북지역 중·고교는 각 교육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주관식의 경우 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채점한 것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고 객관식은 별도로 전산업체에 맡겨 채점을 전산처리했기 때문에 오류 가능성이 극히 낮다. 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전문업체에 맡길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구경북과는 달리 다른 지역의 교육청들은 중·고교 성적 채점도 학교에 맡겼다"며 "앞으로도 조작 의혹이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누락 더 있을까=앞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허위 보고한 학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교과부는 전북 임실 사태가 커지자 19일 정오 각 시·도교육청에 "오후 2시까지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0%인 학교를 중심으로 숫자에 오류나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전국 200만명에 가까운 응시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재조사를 단 2시간 만에 마무리하려 한 것이다.
경북도교육청은 500곳가량의 도내 초교 가운데 기초미달 비율이 0%인 60여곳의 학교에 대해서만 전화로 확인했다. 더구나 각 교육청이 전화로 물어보는 식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 학교가 오류나 조작을 숨길 경우엔 확인할 방법도 없다.
또 대구의 일부 중·고교에서 체육특기생과 백지 답안을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이번 평가에서 일부 학교가 체육특기생들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백지답안 등을 누락시킨 의혹이 불거져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교과부는 19일 오후 늦게 전국 초·중·고 1만1천80개교를 대상으로 전면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추가 조작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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