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나눕시다] ①푸른환경대구 김경화 대표
요즘 모두 힘들어합니다. 경제난을 탓하며 자포자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망을 딛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가꿔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혹독한 시련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쏘아올리는 이웃들을 만나봤습니다.
"악으로 버틴 세월이었죠."
청소용역회사 '푸른환경대구'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화(58·여)씨. 그는 한때 '차상위계층'으로 불리는 빈곤층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어엿한 회사 사장님이다.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직원 50여명을 고용해 매출 5억원을 달성했다. 김씨는 "막일이나 하던 아줌마가 사장님 소리를 듣고 사니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손에 물 마를 시간이 없었어요=김씨는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연년생으로 7남매를 낳아 키우다 보니 사회생활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던 그가 생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20년 전 남편이 병으로 앓아누우면서부터다.
김씨는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낮에는 건물 청소, 밤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하루 3, 4시간 자며 일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상갓집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면 한밤중에도 달려갔고, 동촌유원지 포장마차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학교 갈 차비가 없어 울먹이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메여 뭐든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김씨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곳은 바로 남구지역자활센터였다. 김씨는 "신문을 보고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갔던 게 지금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남구지역자활센터에서 청소 사업과 관련된 기술을 익힌 뒤 1999년 6명이 함께 '청소공동체'를 차렸다. IMF 직후라 창업 여건은 어려웠지만 센터에서 뒷받침을 해줘 용기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1999년 청소공동체를 시작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걸어 꼭 성공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며 "청소를 담당하는 학교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갔고 일이 없는 날에는 공짜 청소도 했다"고 했다.
◆나누는 삶 살고파 =2006년 김씨가 혼자 업체를 책임지면서 좋은 결실로 나타났다. 처음 업체를 맡을 때는 계약업체가 고작 12개에 불과했지만 계속 늘어나 지금은 학교 50여개의 청소를 맡고 있다. 업체 직원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70세 이상 노인도 5명이나 된다. 이들은 일주일에 2, 3일씩 일하고 월급 30만~40만원을 받는다.
김씨는 "어렵게 살아와 성공하면 힘든 이웃을 위해 뭔가 되돌려 주고 싶었다"며 "저소득층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 그는 버스 안에서 노인들과 마주치면 명함을 나눠주며 '일거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할 정도다.
이제 김씨는 힘든 인생의 한 고비를 넘어섰다. 남편은 10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자녀 5명은 어엿한 직장에, 가정까지 가졌고 현재는 딸(28), 막내아들(26)과 함께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부유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낡은 단층집에 살고 월급도 직원들에 비해 더 가져가지 않는다.
하지만 김씨는 '행복하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먹고살 걱정 없고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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