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 정상(해발 757m)에서 정월대보름 억새태우기 행사를 하던 중 불길이 번져 김길자(66·여·경남 김해시 삼계동)씨와 박노임(42·여·전남 광양시)씨 등 등산객 4명이 불에 타 숨지고 61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숨진 사람 중 김씨와 박씨를 제외한 윤순달(35·여·창녕군청 환경과 7급)씨와 백계현(55·창원시 반림동)씨의 시신은 훼손 정도가 심해 국과수에 DNA분석을 의뢰해 신원을 가리기로 했다. 또 강모(62·경남 함안)씨 등 6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서울 한강성심병원과 마산 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부상자는 10일 오전 현재 중상 15명을 포함해 61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경찰의 수색작업 진척에 따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창녕군이 주최하고 배바우산악회가 주관하는 화왕산 억새태우기는 1995년부터 국태민안 등을 기원하는 행사로 열어왔으며, 올해 6번째 개최됐다.
◆사고 순간=9일 오후 6시 10분께 행사 진행요원들이 억새에 불을 붙였으며, 10여분 지나 갑자기 역풍이 불면서 불길이 배바위 뒤편 방화선을 넘어와 순식간에 등산객들을 덮쳤다. 배바위 인근에서 억새태우기를 구경하던 등산객들은 갑작스런 불길을 피하려 했고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한 여자 3명, 남자 1명 등 4명의 등산객이 불에 타 숨졌다.
이들의 시신은 배바위 주변 억새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또 불길을 피하는 과정에서 등산객 이모(48·여·경남 김해)씨 등 50여명이 화상 또는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산봉우리에서 50여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는 이모(28)씨는 "억새 태우는 장면을 동영상 촬영 중이었는데 불길이 갑자기 크게 번지자 뒤쪽 사람들이 '사람이 떨어졌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일순간에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가 산 정상을 뒤덮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만 들렸으며 아비규환 상태였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경찰과 창녕군은 갑자기 불어닥친 역풍으로 인해 억새를 태우던 불이 등산객들을 덮쳐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창녕군의 안전조치 미흡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창녕군 측은 "민원 필수 요원을 제외한 500여명의 군청 직원들을 억새태우기 행사장 일대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사고 당시 산 정상에는 행정 48명, 소방 20명, 경찰관 46명 등 114명이 배치돼 있었다고 전해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돌풍 등 기상 돌변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창녕군 등 주최 측의 책임과 함께 방화선 설치가 허술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신 수습 및 수색활동=사망자 4명의 시신은 창녕 서울병원과 한성병원에 안치돼 있으나 불에 심하게 탄 2명의 신원은 아직까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또 화상을 입은 50여명은 창녕과 마산, 부산지역 병원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4명은 전신 3도 안팎으로 심한 편이다.
이날 오후 11시쯤까지 수색을 벌이다 산세가 험하고 날이 어두워 수색을 중단한 경찰은 10일 오전 경찰 5개 중대 등 400여명을 동원해 추가 희생자를 찾고 있다.
정광효·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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