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사칭 '보이스피싱' 가장 많다

입력 2009-02-09 08:32:31

"제게 신용카드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걸려들 뻔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량한 시민들을 등치는 '보이스 피싱'이 숙지지 않고 있다. 최근 1, 2년 새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전화 사기 수법은 우체국 직원 사칭이다. 고전적인 수법에 속하지만 여전히 잘 먹혀들고 있기 때문.

대구에서 식품판매업을 하는 김모(37)씨가 이상한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5일 오전 11시쯤. 휴대전화에 '013-XXXX-81259'라는 낯선 번호가 떴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우편집중국 직원인데 당신 명의의 신용카드가 반송됐다. 카드 대금 연체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신용카드를 전혀 쓰지 않는 김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고, 낯선 남성은 '당신 명의가 도용당한 것 같다. 추가 출금을 막기 위해 경찰에 연락했으니 전화가 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후 10분쯤 뒤 경찰청 직원이라는 또다른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신용카드 발급받은 사실이 있느냐', '통장은 몇개냐', '잔고가 100만원 이상이냐', '마이너스 통장은 있느냐' 등 쉼없이 질문했다. 이번에는 휴대전화에 '086-XXXX-196810'이라는 번호가 떴다. 이상한 생각이 든 김씨가 '카드라고는 은행 직불카드가 전부'라며 재차 따져 묻자, 상대방은 태도를 바꿔 '수사가 마무리되면 연락하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제야 전화 사기라는 의심이 든 김씨는 대구경찰청에 신고를 했고,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 한 관계자는 "'명의가 도용돼 신용카드가 연체됐다', '경찰관(또는 금감원 직원) 연락이 갈 거다'고 꼬드긴 뒤, 출금 피해를 막으려면 가까운 현금출납기로 가서 불러주는대로 '보안코드'를 입력해야 한다'며 돈을 빼가는 수법이 10건중 8, 9건"이라고 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2006년 42건(2억9천900만원), 2007년 76건(10억300만원), 지난해 15건(6억4천만원) 등으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꺾였지만 발생 건수 대비 피해액은 오히려 늘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전화 사기는 주로 중국 콜센터에서 인터넷 전화를 통해 걸려오기 때문에 이상한 번호가 뜨는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입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먼저 나오도록 하는 서비스를 연내 시행할 수 있도록 경찰청 차원에서 이동통신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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