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민참여를 통한 도시재생

입력 2009-02-03 11:05:45

용산참사는 官주도 개발의 단면, 도시는 '도시민 삶터' 인식전환을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도시들은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대부분 전문가와 행정기관, 건설회사가 하향식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도시성장을 촉진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계획방식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르는 문제들을 양적으로 해소해 가면서 과거보다는 좋은 시설과 환경을 만들어냈지만 좀 더 세심하게 다뤄져야 할 많은 사안들이 성장의 그늘에 사장되었다.

최근 들어 도시화가 정체상태에 직면하면서 그동안의 문제점들이 불거져 지방 도시들을 중심으로 위기가 표면화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정주여건마저 악화돼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 도시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단을 발족시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계획의 수혜자인 주민을 계획과정에서 배제한 채 개발이익을 담보로 하는 개발메커니즘을 앞세운 탓이 크다. 행정기관과 전문가, 건설회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계획 관행은 신시가지나 신도시 같은 곳에는 적용이 용이하였지만, 기성시가지와 같이 많은 주민과 이권들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곳에서는 잘 적용되기 어렵다. 더욱이 주민들의 의견과 역할, 참여 의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주민들의 합의와 동의가 없는 한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도시 재활성화는 주민이 계획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행정이 도와주는 계획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보다 실행력 있게 기성시가지를 정비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대구 중구청과 대구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대구 중구 주민들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도심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형 도시대학'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도시환경 가꾸기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 및 성인 교육체제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환경 가꾸기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앞으로 주민의 참여가 없이는 기성시가지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반드시 거쳐나가야 할 과제이자 패러다임인 것이다.

'주민참여형 도시대학' 프로그램은 이런 시대적 정신을 바탕으로 주민이 주도가 되어 도시환경을 생각하고 전문가들이 주민의 생각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학계를 중심으로 수동적인 주민참여가 진행되었지만 이번처럼 주민이 주도가 되어 도시환경 가꾸기를 하는 것은 도시계획분야에서는 그 의의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이처럼 주민참여는 도시환경을 보다 살고 싶은 환경으로 만드는 데 있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주민참여는 기존의 전문가와 행정기관 위주의 계획관행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 도시계획에서 주로 적용되어왔던 하향식 의사결정시스템(top-down)이 주민주도의 상향식 의사결정시스템(bottom-up)으로 변화함으로써 주민들의 의견반영이 매우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계획과정에서 주민참여는 주민이 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 행정기관이 함께하는 '공동체 계획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정비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들의 합리적인 의사개진 행위는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고, 살고 싶은 도시환경 만들기의 첫걸음이다. 일본의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공동체계획 프로그램'처럼 주민과 전문가, 개발회사, 해당 사업을 추진할 공공기관이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계획이 작성되고 집행된다면, 사업지역 주민들은 보다 큰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지속적으로 도시환경을 관리한다.

셋째, 주민참여는 도심활성화에 대한 의식을 부동산 개발이 아닌 삶터 가꾸기로 전환시킨다. 도시팽창 과정에서 개발이익 중심의 원리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처럼 도시화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는 그 효력이 미미하고 재정착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기성시가지 정비는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계획해 봄으로써 지속적인 삶터 가꾸기를 유도하고 도시환경에 대해 건전한 사고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도시재생의 기본적인 이념이다.

홍경구(대구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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