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서양식의 역사는 케첩과 함께하고 있다. 그만큼 고객들은 케첩의 맛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1960,70년대는 케첩이 없으면 서양식의 맛을 못 느끼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오랜 호텔 조리사 생활을 통해 갈고 닦은 조리의 실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앞산 밑 동네에 정통 서양식 레스토랑을 개업 했을 때도 테이블에 케첩을 비치했다. 일반 레스토랑 테이블에 케첩을 비롯한 소스와 양념류를 놓아두었기 때문이고 하지만 이 땐 케첩을 얹어 먹는 것이 음식문화 트렌드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소스류 및 케첩을 비치해 두고 가만히 살펴보니 케첩 소모량이 엄청나게 많았으며 갈수록 늘어났다. 손님들이 음식의 맛과는 상관없이 우선 주요리에 케첩부터 뿌리고 먹었기 때문이다. 특히 샐러드에 나름대로 외국의 유명 드레싱을 도입, 제공했는데도 맛도 보지 않은 채 우선 케첩부터 듬뿍 뿌리고서는 흡족한 듯 먹는 게 추세였다.
돈까스, 햄버거스테이크에도 나름대로 정통에 가까운 고급 소스를 제공하였지만 맛도 보지 않고 먼저 케첩부터 뿌리고 먹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또 케첩과는 다르지만 크림수프의 경우도 맛 보기 전에 소금 후추를 듬뿍 뿌려 먹다가 짜다느니, 맛이 이상하다느니 불평을 쏟아놓기가 일쑤였다.
이렇듯 당시엔 레스토랑에서 아무리 좋은 소스를 제공해도 고객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메뉴에 소스와 케첩 사용법을 적어 고객들에게 그 음식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알렸다. 결과 나중에는 케첩 및 소스류를 테이블에서 치울 수 있게 됐고, 그래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서양식의 맛을 전해야 되겠다는 뜻이 실현된 것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 아마도 이 것이 대구의 레스토랑 테이블에서 소스류와 케첩을 가장 먼저 치운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아마도 케첩의 신맛은 추억의 맛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구에서 1950년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통 일본식 돈까스라는 메뉴로 2대에 걸쳐 영업하고 있는 돈까스 전문식당에는 지금도 케첩의 신 맛이 강하게 난다. 이 맛이 생각나 옛날 단골들이 아직도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서양식에 대한 기준을 케첩의 맛과 함께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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