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산 수돗물' 뒷맛은 불신

입력 2009-01-29 09:33:28

▲ 28일 오후 낙동강 다이옥산 사태로 수돗물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대구 달서구 도원공원 내 비상급수시설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28일 오후 낙동강 다이옥산 사태로 수돗물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대구 달서구 도원공원 내 비상급수시설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괜찮다고들 하지만 마음이 꺼림칙해서…."

김연호(72·대구 달서구 본리동)씨는 매일 한 차례 자전거를 타고 두류공원 야구장 뒤편 비상급수시설에 물을 뜨러 나선다. 보름째 1.5L 페트병 5개에 물을 채워 밥을 하고, 보리차를 끓여 마시고 있다. 수돗물의 다이옥산 수치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어서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생수를 사먹는다고 하지만 자식들에게 용돈 받아쓰는 처지에 사먹기는 힘들고 발품이라도 팔아야지 않겠냐"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낙동강 다이옥산 사태가 진정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상수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1,4 다이옥산이 검출된 이후 대형마트 등에서 생수를 구입하거나 낙동강 물을 원수로 쓰지 않는 상수도를 찾던 시민들은 이제 지하수를 뜨기 위해 도심 비상급수시설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다. 비상급수시설은 상수도 시설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지하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낙동강 물로 만든 수돗물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몰리고 있는 것. 정기적인 수질검사로 안전성이 확보돼 있어 만족도가 높다.

28일 오후 4시쯤 달서구 도원동 도원공원 내 비상급수시설에는 한낮인데도 물을 받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는 새벽 약수터를 방불케 했다. 급수시설에 붙어 있는 7개의 수도꼭지에는 물통을 든 아줌마들부터 손수레를 끌고 나온 노인들까지 20여명의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급수시설 앞 2차선 소방도로에도 차량 트렁크를 열어 젖힌 채 물통을 채워넣는 시민들로 붐볐다.

같은 시각 달서구 와룡공원 내 비상급수시설도 마찬가지. 깨끗한 물을 구하려는 시민들로 수돗꼭지는 잠시도 쉴 새 없이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 주민은 "다이옥산 농도가 기준치 내로 떨어졌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정부 발표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생수 뜨러갈 형편이 안돼 집에서 가까운 비상급수 시설을 찾고 있다"고 했다.

비상급수시설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구·군청은 이용시간을 연장하는 등 분주해지고 있다. 달서구청은 오전 11시~오후 8시이던 급수시설 개방 시간을 오전 10시~오후 10시로 3시간 늘렸다. 달서구에서는 두류공원과 도원공원, 무지개 공원, 용산근린 공원, 무지개 공원, 청소년수련관 등 모두 10곳에 급수 시설이다. 구청측은 다음달까지 급수시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남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명배수지와 대명초등학교 2곳의 비상급수시설도 최근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남구청 행정지원과 김용규 담당자는 "다이옥산 사태 이후 급수시설 이용객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서구청에서도 이현공원과 평현치안센터 뒤, 신평공원, 감삼공원 등 4곳의 비상급수시설을 개방해 놓고 있다.

김기연(42·달서구 도원동) 주부는 "추운 날씨에 가족들을 위해 깨끗한 물을 뜨러 다니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며 "낙동강 수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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