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추궁 vs 진상규명'
여권이 용산 재개발지역 농성자 사망사고와 관련,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선(先) 진상규명, 후(後) 책임추궁'을 당론으로 정했으나 22일부터 책임추궁 우선의 의미를 담은 '설 연휴 이전 수습'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 검찰이 사실상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경찰의 진입 부분 잘못 여부를 수사 중"이라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해 김 내정자에 대한 책임추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당론을 변경하면서까지 책임추궁을 강조하는 것은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지 못하면 설 연휴 이후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선 진상규명'에 무게를 두었던 박희태 대표도 22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사태파악을 위해서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관계당국이 현재까지 밝혀진 진상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당내에서는 김 경찰청장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야당이 국정조사까지 추진하는 등 정치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김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퇴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한나라당 내 전반적 기류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참극이 빚어졌는데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특정인의 거취가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은 합리적, 이성적인 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조기교체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비치는데 대해 일단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 경우 김 내정자의 책임론도 수그러들 수 있다는 희망섞인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김 내정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여권이 바라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걱정도 끼어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2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내정 철회 여부를 설날연휴(25~27일)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도 후임 행정안전부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사정을 감안, 늦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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