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문시장. 시장 전체는 제수용품을 사러온 손님들로 평소보다 붐비고 있었지만 한복점이 몰려있는 1지구 안은 썰렁했다. 곱고 화려한 한복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주인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한복을 손질하고 있는 상인들은 울상이다. 30년째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0·여)씨는 "작년 설의 20~30% 정도 팔린다"면서 "사람들이 점점 명절에 한복을 입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불황 탓에 한복이 더 안 팔리고 있다.
가장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한복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문시장. 500여개의 한복점이 몰려 있는 이곳은 혼수철과 설날이 겹치는 10월에서 다음해 1월까지가 성수기이지만 올해는 매기가 뚝 끊겼다.
불황이 가장 큰 이유이고 한복을 잘 입지 않으려는 분위기에다 대여한복이 늘고 있는 것도 판매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문시장 한복점들은 가격을 작년보다 낮추고 평상시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내놓고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동광주단 최태숙 대표는 "설에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는 전통적인 모습이 점점 사라져간다"면서 "평소에 입어도 편한 한복이 많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한복을 많이 입어달라"고 말했다. 남자 25만원, 여자 12만원이면 설 명절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한복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한복 판매 감소는 대형소매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지역 7개점의 11일부터 19일까지 한복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설 보름 전부터 일주일 전까지)에 비해 12.5%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일반 의류 매출 감소폭은 3~4%에 불과한 반면 한복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홈플러스 대구경북본부 장준철 과장은 "불황 탓으로 명절 하루 입는 한복을 무리해서 사는 것보다 내년에 내년에 하면서 뒤로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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