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용수만 조심하면 된다" 환경차관도 대책 외면

입력 2009-01-22 09:56:12

▲ 21일 오후 구미를 방문한 이병욱 환경부 차관(왼쪽)과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중간)이 구미시 하수종말처리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21일 오후 구미를 방문한 이병욱 환경부 차관(왼쪽)과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중간)이 구미시 하수종말처리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성과없는 대책회의….'

'식수 대란'을 초래한 낙동강 다이옥산 검출 사태에 대한 환경부, 지자체, 상수도본부 등이 내놓은 대책이 땜질에 그치고 있어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21일 구미시청에서 이병욱 차관 주재로 '1,4-다이옥산 긴급 관리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단기적 대책만 되풀이할 뿐 다이옥산의 배출량 규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차관은 "다이옥산이 인체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영향이 크다. 음용수만 조심하면 된다"고 밝혀 눈총을 받았다.

◆예견된 인재(人災)=경북대 민경석(환경공학과) 교수는 "낙동강 유량 감소로 인한 수질 악화 사태는 당연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미리 폐수 배출업체에 대한 배출량 점검 등을 통해 오염 저감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대구경북지역의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37% 가량 급감했다. 김천, 안동, 영천, 봉화 등 경북 23개 시군의 절반 이상인 14개 시군이 물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낙동강의 유량도 급감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에 따르면 12월 30일 605만t이었던 낙동강 유량은 이달 6일 415만t, 10일 380만t, 11일 이후에는 354만t으로 40% 가량 줄어들었다. 때문에 다이옥산 농도 증가는 얼마든지 예측 가능했다.

수질당국의 허술한 관리도 이번 사태를 불렀다.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실장은 "상수원에 공단이 들어선 자체가 문제라 하더라도 낙동강을 한강 수계 만큼만 철저하게 배출원 관리를 했더라면 이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2004년 다이옥산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배출원 점검과 배출규제 설정 등을 통한 낙동강 수질관리를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봐주기식 정책으로 일관했다. 백 실장은 "먹는 물 권고치가 50㎍/L라면 정수장에서의 가이드라인은 그보다 훨씬 낮게 설정해야 시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다"며 "업계의 자율규제에만 맡겨 놓은 것 역시 이번 다이옥신 사태가 재발한 근본적 원인"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배출업체에 대한 제재조치나 법적 규제를 마련할 생각조차 없다. 지난해 4월 배출허용기준 설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화학섬유협회 측의 "처리 기술을 개발 중이니 조금만 유예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여 규제 마련을 연기한 것. 2011년 먹는 물 수질기준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배출업체에 대한 조업중단이나 벌금부과 등의 제재장치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시설과 인력 보완해야=이날 열린 대책회의 내용의 대부분은 폐수 위탁처리에 대한 논의였다. 다이옥산 배출원인 구미 김천 9개 화섬업체의 폐수를 2개월간 전문업체에 위탁처리하고 그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 업체가 나눠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이는 임기응변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순화(환경공학과) 영남대 교수는 구미하수처리장의 고도처리 시설 도입을 강조했다. 3천여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구미공단에서 어떤 유해물질이 낙동강으로 섞여드는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의 재래식 하수처리 시설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미하수처리장에서는 다이옥산 등 유해 화학성분을 제거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하수처리 전후의 다이옥산 농도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 교수는 또 대구의 매곡·두류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인력과 시설 개선도 촉구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설비를 갖췄더라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오존 처리 시간을 늘리고, 정수장 오존발생 장치인 산기판(散氣板)을 보완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최적의 운영 시스템을 찾아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민경석 교수는 "올해 유독 심한 가뭄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매년 겨울이면 강수량이 줄어드는 대구경북의 기후 여건상 겨울철 유량 부족 사태를 대비한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며 "낙동강 주변에 댐과 농업용 저수지 등을 설치해 가능한 한 많은 유지수를 확보하고, 완충저류조 설치 등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윤조기자 cgdr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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